2015년 대구 연극'뮤지컬은 근'현대사에 애정을 쏟았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및 그 전후 시기의 사회상을 다루며 역사적 인물도 재조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근'현대사 새롭게 조명
지난 10~13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기적소리'는 대구에서 전국으로 확산된 국채보상운동을 소재로 썼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일본에 진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나선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 거액의 의연금을 낸 기생 앵무, 그리고 이들과는 반대로 조선 수탈에 앞장선 친일파 박중양 등 역사적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공연 영상에서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계승해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의 저력도 강조했다. 마침 문화재청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내년 3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예정이고, 이 작품은 내년 2월 24~28일 봉산문화회관 무대에 다시 올라 관심을 모을 예정이다.
극단 고도는 연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세 소녀가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 직후 직면한 암담한 현실을 다뤘다. 과거는 지울 수 없고 희망은 요원한 세 소녀의 현실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자화상이다.
극단 한울림이 선보인 뮤지컬 '55일'은 6'25전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다뤘다. 칠곡 다부동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 1사단 소속 최승갑과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50년을 기다린 아내의 애틋한 사연을 풀어냈다. 또 학도병들을 애도하고, 물자를 실어나른 민간인 지게부대의 활약도 새롭게 알렸다.
우리는 독재 권력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역사를 갖고 있다. 언론자유 쟁취의 노력도 그중 하나다. 1955년 대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최석채 매일신문 주필이 정권을 비판하는 사설을 쓰자 자유당 정권이 사주한 괴한들이 매일신문사에 백주의 테러를 가한 것. 최 주필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뒤집어쓰며 탄압받았지만, 결국 무죄를 선고받아 독재 권력에 승리했다. 올해 이 사건 발생 60주년을 맞아 대구연극협회와 매일신문사는 당시 상황을 다룬 연극을 제작, 지난 9월 대구 동성로 및 매일신문사 앞 광장에서 공연했다.
지난 세기에 족적을 남긴 문화예술계 인물들도 재조명됐다. 극단 한울림은 한국 연극사 초기 인물인 대구의 극작가 김영보가 1922년에 발표한 희곡 '연의 물결'을 거의 100년 만에 최초로 연극화했다. 극단 구리거울은 소설가 김유정의 명작 '봄봄'을 기존 같은 원작의 연극들과 차별화된 음악극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김유정이 극에 관찰자로 등장, 일제강점기에 고단한 삶을 사는 민초들을 목격하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내년 4월 다시 공연된다.
◆내년에도 다양한 작품 공연
내년 3월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삶을 다루는 연극과 뮤지컬, 두 작품이 함께 공연된다. 대구시립극단의 정기공연작이며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은 "권기옥은 물론 독립운동가 이상정, 시인 이상화, 한국 최초 비행사 서왈보 등 역사적 인물이 다수 나온다. 작품의 극적 전개를 돕는 가상의 인물도 추가된다"고 밝혔다.
연극'뮤지컬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도구로 한동안 각광 받을 전망이다. 비교적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인 역사에 대한 내실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안희철 작가는 "충실한 자료 수집과 고증을 바탕으로 극적 재미도 추구하며 관객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역사를 다루는 극 작품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재해석과 왜곡은 다르다. 왜곡은 결국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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