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투자 수도권 53% 집중…대구경북 산단 뭘로 채우나

경기 동북부 낙후지 개발 명분 산단·공장건축 제한 완화, 공항·항만구역에 신증설 추진

현재 공정률 57%인 구미 산동면 일대 구미 5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이곳을 어떤 기업으로 채울지 경북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현재 공정률 57%인 구미 산동면 일대 구미 5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이곳을 어떤 기업으로 채울지 경북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정부가 최근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푸는 움직임들을 연이어 보이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 있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6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전략산업을 키우는 '규제프리존'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 개발도 들어 있다. 경기 포천시와 연천시 등 낙후지역은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하고, 이곳에 산업단지 및 공장건축 면적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수도권 규제 완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특히 '공항'항만구역 내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를 검토과제에 포함시킨 것은 인천공항과 인천신항 배후물류단지에 대한 규제 완화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곳 규제가 풀리면 향후 포항신항의 물동량과 남부권 신공항 건설 및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구경북은 미래 발전동력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대기업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연간 생산량 18만ℓ 규모의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회사는 "공장이 상업가동되는 2018년이면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고 자랑했고,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제3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2018년이 되면 송도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최대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미국, 유럽 중심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모두 8천500억원이 투자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2017년 건설이 완료되고, 2018년 말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다. 2018년에는 기존에 운영되던 1'2공장까지 포함해 연간 36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경쟁업체인 론자(26만ℓ), 베링거잉겔하임(24만ℓ)보다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자본이 20% 참여한 유니버설스튜디오스코리아(USK) 컨소시엄은 최근 경기도 화성에 2020년까지 5조원을 들여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지 면적은 4.2㎢로, 이곳이 2020년 예상대로 개장하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넓은 테마파크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에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와 중국 국영 최대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가 참여하고 있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옆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한류테마센터도 들어서기 때문. 결국 내년 '중국인 방문의 해'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대구경북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에는 국내 대기업 및 외국인 큰손들의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경북도가 조사한 '최근 대기업 투자발표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에 세계최대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계획을 설정하고 2017년까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15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2017년까지 경기 파주에 10조원을 들여 OLED분야 생산공장을 짓고,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에 각각 31조원, 15조원을 들여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선정한 복합관광리조트 유치사업에 인천 송도지역 복합관광리조트 사업이 최종 결정되면서, 이곳에는 4조원대의 카지노 2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투자(신고 기준)는 투자여건이 좋은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액은 총 623억5천300만달러인데, 이 중 63.5%인 395억8천300만달러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편중된 것으로 조사된 것. 전국 17개 시'도별 외국인 투자액 조사 결과, 서울이 전체의 40.6%인 253억7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인천(81억2천만달러'13%), 경기(61억5천600만달러'9.9%)가 그 뒤를 이었다. 경북은 48억7천200만달러(7.8%), 대구는 9억5천만달러(1.5%)에 그쳤다.

◆쪼그라드는 대구경북

반면 대구경북의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실적은 초라한 형편이다.

최근 3년간 경북도 투자유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5조1천360억원에서 지난해 4조3천775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5조5천억원(예상치)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엔 6조원의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3년 3천549억원에서 지난해 8천533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 5천33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앞으로 투자유치 시장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고만고만한 기업들로 채우고는 있지만 '큰손'들이 쳐다보지 않는 한 실속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최근 3년 동안 경북에 대규모로 투자한 국내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는 2건에 불과하다. SK케미칼이 안동에 2017년까지 2천195억원을 들여 백신공장을 짓고, 일본 도레이첨단소재가 2018년까지 구미에 탄소섬유 등의 생산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4천25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전부다.

대구 경우 지난 6월 독일의 자동차부품기업이 대구국가산단에 2천167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 유일하다.

특히 정부가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구경북 투자유치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대구시'경북도 투자유치 공무원들의 한목소리다. 경북도 투자유치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지방으로 분산될 기업들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인적자원'네트워크'교통편의 등이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는데 규제가 없는 한 비수도권으로 올 이유가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대구대 서민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밝힌 규제프리존 제도나 전국에 지정돼 있는 각종 경제특구의 구조조정 정책들은 수도권 규제 빗장을 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지방도 살고 수도권도 사는 서로 상생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테크노파크 이재훈 원장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하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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