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체육단체 통합 취지 '반쪽'

노무현정부 때부터 시작한 체육단체의 통합이 박근혜정부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주도하는 엘리트(전문) 체육과 국민생활체육회 중심의 생활 체육단체를 통합하는 일이다.

체육단체의 통합은 양 단체의 주도권 싸움에 따른 반발로 여러 차례 무산됐으나 지난해 3월 관련 법안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올 3월 27일까지 마무리된다. 이들 단체의 산하에 있는 시'도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연합회도 통합된다.

1991년 분리된 체육단체 통합 작업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체육단체 통합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시'도 통합 체육단체의 회장직을 놓고 근본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애초 정부 안은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17개 시'도 단체장이 맡은 현재의 시'도체육회 회장 자리를 민간인이 맡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 맡으면서 선거 조직으로 활용되는 체육회의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바람직하다.

들여다보면 애초 체육회장 자리는 민간인의 몫이었다. 대구시체육회와 경상북도체육회의 모태인 영남체육회는 민간인 회장 체제로 태동해 한동안 운영됐다. 관에서 체육회를 접수한 것은 군사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일이다.

어느 순간 관 조직의 일부가 되어버린 체육회는 현 시점에서 보면 거의 독립성을 잃어버린 상태다. 대다수 체육인은 무지와 관심 부족으로 독립성 자체에 무감각하다. 일부는 시'도 단체장이 회장을 맡는 것을 당연시하며 찬양하는 실정이다.

체육단체 통합을 계기로 체육회는 지역민의 독립적인 단체로 바뀌어야 한다. 시'도 단체장과 공무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현재 시'도 체육회의 사무처장 대다수는 공무원 출신이다. 한마디로 시장'도지사의 수족 같은 사람이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체육 정책은 체육회가 아니라 시'도 공무원들에 의해 전적으로 수립되고 있다. 예산 편성을 포함한 체육 정책 수립을 공무원이 전적으로 하고 있어 체육회와 가맹 경기단체'연합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도의 눈치만 보고 있다. 엘리트, 생활 구분없이 모든 체육단체가 이런 실정이다.

지난해 대구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체육단체가 전국대회를 유치, 5천만원의 시 예산이 책정됐으나 대회를 주최할 곳이 없었다. 이 단체는 정상적으로 시 예산을 집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예산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편성됐느냐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체육 예산이 일선에서 활동하는 체육인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짜이기 때문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른 국제육상도시란 명분으로 대구에서 각종 국내외 육상대회가 치러지고, 준비되는 것도 지역 체육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또 지난해 대구시체육회의 예산이 깎였지만, 가맹 경기단체의 회장으로 구성된 대의원 총회에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난리가 날 일이다.

경북 체육도 마찬가지이다. 경북체육회 이사회나 대의원 총회를 지켜보면 경북도와 단체장에 대한 찬양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예산을 많이 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게다가 충성 맹세까지 이어지기가 여사라 이사나 대의원들이 뭘 하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제대로 된 통합 체육회가 구성되려면 시'도의 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더딘 통합 속도에 정부는 최근 시'도 통합 체육단체의 초대 회장(2020년 2월까지) 자리를 시'도 단체장에게 양보했다. 이에 답보 상태였던 체육단체 통합 작업은 시'도의 주도로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비록 초대 회장에 한해 시'도 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는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체육단체 통합이 반쪽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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