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움'(stadium), '필드'(field)와 함께 야구장 이름에 흔히 붙는 '파크'(park)는 초창기 야구가 공원에서 시작된 데에서 유래했다. 자연녹지지역에 들어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대구 수성구 연호동)도 '파크'의 전통적 의미가 잘 재현된 야구장이다. 담장 너머로는 울창한 숲이 보이고 구장 서쪽에는 저수지가, 구장 남쪽에는 언덕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새 야구장이 단순히 스포츠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이 일대의 풍경을 바꿔놓을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
문제는 주차장이다. 새 야구장은 지하 256대, 지상 861대 등 모두 1천117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2만4천 석으로 최대 2만9천 명의 수용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관람객의 대중교통 이용 협조가 절실하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이었던 대구시민야구장 주변은 야구 경기가 있는 날마다 심각한 체증이 빚어졌다. 경기장 앞 왕복 4차로 도로와 골목은 불법 주차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약 500대에 이르는 주차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시간 가까이 걸려야 겨우 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 야구장이 있는 데다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은 점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며 "모처럼 야구장을 찾았다가도 귀가 걱정에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 어느 구장이나 비슷하다. 광주-KIA챔피언스 필드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2014년 야구장 개장 이후 소음과 차량 정체로 고통받는다며 광주시와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대 2만7천 명을 수용하는 광주 구장은 1천106면의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구 새 야구장은 다소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데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 출구로 나온 뒤 계단을 오르면 야구장에 진입할 수 있다. 또 시내버스도 15개 노선이 운행 중이어서 편리하다. 대구시건설본부 야구장건립추진단 관계자는 "관람객 편의를 위해 주 출입구 계단 높이도 애초 설계보다 4m 이상 낮췄다"며 "국내 야구장 가운데 지하철과 가장 가까운 구장"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교통 대책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는 프로야구 관람객은 올해 7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열릴 60여 경기마다 만석(2만4천석)의 절반만 채운다고 가정해도 그렇다. 삼성의 제2구장인 포항 경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삼성은 홈 72경기 가운데 6경기만 포항에 배정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팀 성적, 8월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날씨 등 입장객 예측에는 변수가 많다. 대구시민야구장의 최근 3년간 연평균 관중 또한 8천 명을 밑돌았다. 그러나 개장 첫해에 입장객이 많이 증가하는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를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4년 문을 연 광주 구장의 경우 홈팀 KIA의 저조한 성적(9개 구단 중 8위)에도 66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전년 대비 41%나 늘어났다.
지난해 홈구장 총 입장객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8위(52만4천971명)에 그친 삼성이 관중을 얼마나 그러모을 수 있느냐는 야구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삼성 측은 "사상 처음으로 관중 760만 명을 돌파한 야구 인기를 고려하면 2015년 SK'롯데가 기록한 연간 8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며 "새 구장에서 더 많은 팬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야구장 진입도로인 '야구전설로'(길이 985m, 폭 35m) 양측 1개 차선을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인근 대구스타디움'대구미술관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경기장 남측 주차장을 2층으로 증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물론, 야구장 설계에 정답은 없다. 경기장의 입지, 연고도시의 특성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주차장 문제 또한 팬의 이용 성향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국민에게 가장 친숙한 메이저리그 야구장인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Dodger Stadium)은 대구 새 야구장과 비슷한 면이 많다. 홈팀이 리그 최고 인기구단 가운데 하나이고, 3루 측 더그아웃을 쓴다. 또 시 외곽 녹지에 만든 덕분에 야구장 펜스 너머로는 빌딩 대신 푸른 숲만 보이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 해 400만 명이 찾는 다저 스타디움은 동시에 5만6천 명이 입장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꺼번에 1만8천 대를 수용하는 주차장 크기 역시 압도적 1위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경기 때는 이마저도 부족해 인근 사설 주차장을 임대, 관람객을 셔틀버스로 실어나른다.
반면 2009년에 완공, 일본프로야구 구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히로시마의 마쓰다 스타디움(3만3천명 수용)은 주차면이 겨우 224대다. 대구 새 야구장보다 1만 명 가까이 많은 인원이 입장할 수 있지만 주차장은 1/4에도 못 미친다. 주차비도 저렴한 편이지만 관중 대부분이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기차역과 노면전차역을 이용, 민원이 거의 없다.
대구 새 야구장에 경기당 1만 명이 찾고, 그 절반인 5천 명이 승용차 1대당 3명씩 타고 방문한다고 치면 모두 1천667면의 주차장이 필요하다. 대구시와 삼성이 앞으로 주차장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지 않는 한 500대 이상의 차량은 갈 곳이 없다. 불 보듯 뻔한 주차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구시민의 인식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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