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700회 맞은 MBC '서프라이즈' 장수 비결은?

허술한 '발연기' 왠지 중독? 일요일마다 '서프라이즈~'

벌써 14년째, 일요일 아침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예능 프로그램이 한 편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재미와 함께 정보까지 제공해주는 교양형 예능,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다. 특정 인물 또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거나 혹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드라마타이즈로 재연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세트와 분장, 또 섬세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단순한 연출로 상황 전달 자체에만 집중하는데 이런 허술함이 도리어 보는 재미를 높인다.

긴 세월 동안 전파를 타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두루 경험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1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14년 차 예능 '서프라이즈'의 700회를 기념하며 이 프로그램을 집중조명해봤다.

◆장윤정-윤형빈 700회 카메오로 출연

'서프라이즈'가 안방극장에 첫선을 보인 건 지난 2002년 4월 7일이다. 당시에는 김용만과 김원희 등 당대 내로라하는 MC들과 주목도 높은 패널들이 스튜디오에서 함께하는 형식으로 버라이어티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있는 출연자들이 재연 드라마를 보며 리액션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시기에 큰 인기를 끌었던 대표 코너는 '진실 혹은 거짓'. 실제 사건과 '서프라이즈' 작가진의 창작으로 만들어진 가짜 사건을 차례로 보여준 뒤 어떤 에피소드가 사실인지 또는 거짓인지 맞혀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으로 풀어낼 수 없는 기괴한 사건까지 다수 포함돼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각 에피소드의 진실 여부를 가려보는 MC들의 추리과정도 큰 재미를 줬다. 이 당시에는 버라이어티의 성격에 걸맞게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재연 드라마의 허술함에 함께 웃기도 하고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며 열띤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끌어오던 코너였지만 2009년께 막을 내렸다.

그리고는 '서프라이즈 X파일' '트루 앤 트루 스토리' '불멸의 라이벌' 등 다양한 코너를 만들어내며 단계별로 프로그램 포맷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 분량은 사라지고 성우의 내레이션과 재연 드라마만 차례로 보여주는 지금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

어떻게 보면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돈 들어갈 만한 요소'를 하나둘씩 없애고 최저 비용으로 타이틀만 유지하려는 듯 느껴지기 십상이다. 스타를 배제하고 재연 드라마로만 방송시간을 채우다 보니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제성과 시청자들의 충성도 면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서프라이즈'는 지상파가 비지상파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평균 10% 내외의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혹 결방이라도 하게 되면 MBC에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령의 시청자들만 유입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즐기면서 역사 공부를 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의외로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서프라이즈'를 즐겨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거나 때로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과감하게 파헤쳐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발언으로, 정형돈이 '서프라이즈'의 열혈 팬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공황장애 증상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한 정형돈을 위해 유재석과 박명수가 '서프라이즈'에 일일 출연자로 나서면서 또 한 번 이 프로그램이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박명수의 '서프라이즈' 출연 과정을 내보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노릇. 11월 말 방송된 '서프라이즈'의 유재석-박명수 출연분량 역시 크게 주목받았다.

'서프라이즈' 재연배우 출신으로 스타가 된 대표적인 인물 중에는 가수 장윤정이 있다. '서프라이즈' 방송 초기 '진실 혹은 거짓' 등의 코너에 재연배우로 출연하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700회 '서프라이즈'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돼 재연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촬영을 마치고 31일 일요일 방송분을 통해 오랜만에 '서프라이즈'에 돌아온 장윤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장윤정과 함께 개그맨 윤형빈도 특별출연해 '서프라이즈'의 700회 방송을 축하했다.

◆방송사 재연 프로그램 경쟁에서 단연 두각

시청률과 화제성에 따라 광고단가가 달라지는 방송사에서 한 편의 프로그램을 14년간 내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스타 한 명 없이 무명으로 구성된 재연 드라마가 지금껏 평균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특히 놀랍다. 방송 초반에만 해도 스타급 MC와 패널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정출연하는 스타가 아예 없다. 오랜 기간 '서프라이즈'와 함께한 덕에 얼굴을 알린 재연배우들이 전부다.

각국에서 벌어진 사건 및 이야기들을 발굴해 단막극으로 재구성하며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인기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건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재연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서프라이즈'처럼 장수하며 인기를 얻은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프라이즈'가 첫 방송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기 방송 트렌드 중 하나가 재연 프로그램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MBC '경찰청 사람들' 등 재연극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고,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여자를 말한다', KBS '긴급구조 119' '다큐, 남과 여',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등 국내 방송계에 재연 프로그램 붐이 일었다.

주로 제보 또는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형식이라 소재 고갈에 대한 걱정이 덜하고 무명배우들을 출연시키는 데다 극 자체의 퀄리티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도 되기에 제작비는 절감하고 상대적으로 시청률 등 효과를 볼 수 있는 포맷이었다.

'서프라이즈' 역시 방송계에 꾸준히 이어지던 재연 프로그램 붐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를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예능이었다. 그리고 유사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민진, 김하영, 박재현 등 장기간 고정출연한 연기자들은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리며 차츰 타 분야로 활동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장수 비결을 말하자면, 결국 지금까지 이야기한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씩 모아서 설명해야만 할 듯하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인상적인 에피소드 발굴을 위한 노력, 그리고 이를 흥미로운 재연 드라마로 풀어내는 능력, 그리고 오랜 기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친숙해진 재연배우들의 존재가 '서프라이즈'를 14년째 인기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게 만들었다. 여기에 덧붙여 출발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일요일 오전을 겨냥한 편성전략 역시 한몫을 톡톡히 했다. 꾸준히 한자리를 지키며 주변 고객을 집중공략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700회 특집에 출연한 장윤정은 "친정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소감과 함께,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풍성해 매번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멘트에서도 '서프라이즈'의 장수 비결을 찾아볼 수 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고'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풍성하니' 고공 시청률은 당연한 게 아닌가.

'서프라이즈' 팀은 700회를 맞아 그간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를 모아 2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방송으로 접했던 '서프라이즈'의 에피소드를 서적으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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