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1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1964년 11월 30일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입국'(輸出立國) 구호를 내건 지 2년여 만이었다. 1961년 우리나라 수출액은 4천200만달러였다. 수출 1억달러 돌파를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봐라. 하면 되지 않느냐, 이제 시작이다"며 눈물을 글썽거렸을 정도였다.(김종필 증언록) 1억달러를 수출했다지만 당시 한국의 세계 수출 순위는 90위에 지나지 않았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던 시절이었으니 수출 1억달러 돌파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날을 '수출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선 대통령 주재로 매달 수출진흥확대회의가 열렸다. '수출의 날'은 1990년부터 수출과 수입을 합한 개념의 '무역의 날'로 바뀌어 지금도 이어진다.
우리나라 무역액이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1년 12월 5일이었다. 그해 우리나라는 수출 5천552억달러, 수입 5천244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을 더한 무역액이 1조796억달러에 달했다. 수출을 놓고 보면 반세기 전보다 1만 배 이상 늘었다. 이제까지 무역액 1조달러를 한 번이라도 넘긴 나라는 세계에서 8개국밖에 없었다. 한국이 9번째로 1조달러 무역대국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역시 엄청난 일이었다. 정부는 수출 1억달러를 기념해 만든 '11월 30일 무역의 날'을 그 이듬해부터 '12월 5일'로 옮겼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도(5천727억달러)보다 약 8% 줄어든 5천269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을 통해 이루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액이 크게 줄었으니 우려의 소리가 크다.
그렇지만 세계 수출 시장 순위는 프랑스를 제치고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 역시 3.35%에서 3.46%로 늘었다. 수출액이 줄었는데도 국제 수출 시장 순위가 오르고, 세계시장 비중이 늘어난 것은 세계 경기가 한국보다 더 못했다는 뜻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됐다고, 수출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풀이 죽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이미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험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