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 작은 영화의 큰 울림…영화 '귀향' '동주'

3·1절 귀향 42만1196명·동주 9만6223명 관람…역사에 관심, 저예산 영화에까지 전해져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鬼鄕)과 윤동주 시인을 다룬 영화 '동주'가 동반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3'1절이었던 지난 1일 귀향은 42만1천196명(1위), 동주는 9만6천223명(4위)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 관객수(3월 1일 기준)는 귀향이 170만5천277명, 동주가 75만2천192명으로 각 200만과 1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저예산(귀향 25억원, 동주 6억원)으로 제작된 두 영화가 대형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흥행하는 특이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늘어난 역사에 대한 관심, 높아진 저예산 영화 수준, 활발한 SNS 입소문

두 영화 모두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짓밟힌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3'1절 특수가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그뿐만은 아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영화는 이제 3'1절과 광복절 전후에만 관심을 얻는 게 아니다. 요즘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가 일본 정부에 의해 수시로 불거지고 있고, 관련 역사 바로 보기 운동도 활발하다. 귀향과 동주 같은 영화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두 영화 모두 잘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 영화평론가는 "최근 독립영화 등 저예산 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 귀향과 동주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래서 중요한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만족이 더해져 현재의 흥행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영화의 흥행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하고 있다. 장우석 영화감독은 "SNS를 통한 입소문, 즉 관객들에 의해 펼쳐지는 바이럴 마케팅이 두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르고 초반에는 적었던 상영관 수도 늘리고 있다"며 "사실 지난해 관객들은 '1천만 관객'으로 수식되는 큰 영화만 봤다. 그래서 귀향과 동주 같은 대안 영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고 풀이했다.

◆이전과 조금 다른 웰메이드 역사 영화

두 영화는 기존 역사 소재 영화와 조금 다른 제작 의도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사회적 관심의 환기를 강조한다. 그는 한 관객과의 만남 자리에서 "당시 피해 소녀들을 다시 고향으로 모신다는 일념으로 만들었다. 한번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영령)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내용이다. 귀향의 한자명을 살펴보면 흔히 쓰는 돌아올 귀(歸)가 아닌 귀신 귀(鬼)를 썼다. 귀향의 영어명도 'Spirits' Homecoming'이다.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지금은 이름도 잊힌, 미처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어루만지고자 한 것이다. 이는 현재 생존해 있는 40여 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만 관심이 모이는 것을 넘어 위안부 문제 전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의도로 읽힌다.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은 한 관객과의 만남 자리에서 "시인 윤동주, 그리고 그와 평생을 함께한 벗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송몽규 독립운동가를 과도한 왜곡이나 지나친 강요 없이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동주 시인의 내면을 고백하는 이 영화에서 시(詩)는 굉장히 중요했다.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의 내레이션 목소리는 마치 귀로 시를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마침 영화의 흥행과 함께 출판계에서도 올해 서거 71주기를 맞은 윤동주를 기리는 열기가 뜨겁다. 영화처럼 '시'에 주목한다. 1955년 윤동주 시인의 10주기 기념으로 나온 증보판을 복간한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유고시집'(소와다리)이 최근 발간돼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윤동주의 시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사상을 풀어낸 평전 '처럼'(문학동네), 시를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손으로 직접 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북오션), 측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도 가미한 '소설 윤동주'(집문당) 등 관련 서적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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