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있다. 후보자는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귀 기울지 않아도 후보자가 하는 연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대구시민 여러분들께……." …… ㉮
"…… 우리들의 과제입니다." …… ㉯
후보자가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말에도 잘못된 번역 투를 버젓이 쓰고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잘못 쓰는 영어 번역 투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겠다.
◆복수형
영어는 단수, 복수에 따라 동사가 변한다. be 동사만 보더라도 단수는 'is', 복수는 'are'로 구분한다. 우리말은 명사의 수(number)에 따라 동사가 바뀌지 않는다. 영어와 대조되는 우리말의 특징이다. 예문 ㉮, ㉯에서 '여러분'과 '우리'를 복수 형태로 표시했다. 이 문장에서 '들'을 빼도 흐름이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예문 ㉮, ㉯ 속의 '여러분'과 '우리'는 단어 스스로 복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습관적으로 복수형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복수형을 무조건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예문) 흩어진 조약돌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랐다. …… ㉰
예문 ㉰ 속 의존명사 '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강조 또는 생생한 묘사를 할 때 복수형을 사용해야 한다.
◆수동태 구문
수동 형식 문장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장은 대개 생물이 아닌 무생물을 주어로 사용한다. 이 역시 영어에서 비롯된 잘못된 습관 중 하나이다. 수동으로 쓰인 예문을 먼저 보자.
아이들에 의해 생긴 놀이 ………… ㉱ → 아이들이 만든 놀이
사과 하나는 동생의 몫이었다. …… ㉲ → 나는 동생 몫으로 사과 하나를 남겼다.
예문 ㉱를 보면 'by 행위자'라는 수동문 느낌이 강하다. 예문 ㉲는 물건을 주어로 사용했다. 예문 ㉱은 능동형식으로, 예문 ㉲는 생물 주어로 문장을 고쳐야 한다.
특히, 무생물 주어에 '∼은/∼는/∼이/∼가' 같은 주격 조사를 사용하면 안 된다. 이때는 '∼에(서)'를 사용한다. 또는 무생물 주어 문장을 능동문으로 바꿔본다. (예문 ㉲ 참고) 이렇게 하면 무생물 주어가 목적어 위치로 간다. 무생물 주어를 목적어로 만들면 우리말 형태의 문장이 된다.
이것 외에도 외국어 번역 투에 관한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우리 문장을 바르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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