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산업의 '탄소'는 탄소섬유, 인조흑연, 카본블랙, 탄소나노튜브, 활성탄소, 그래핀 등 다양한 소재를 말한다. 경상북도는 이처럼 다양한 탄소 소재 가운데 탄소섬유와 인조흑연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경북은 명실공히 국내 탄소섬유의 메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를 상업화해 세계 최대 생산 회사로 성장한 일본 도레이사의 한국 생산기지가 구미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레이사는 1971년 기존의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섬유에서 탄화 공정을 거쳐 탄소섬유를 양산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강철의 20%, 알루미늄의 70% 정도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강철의 10배 이상이다. 자동차, 항공기, 건축자재, 신재생에너지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신소재로 '미래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경북은 탄소섬유 산업화에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경산, 영천, 경주에 밀집한 자동차부품 기업을 중심으로 탄소섬유 응용 제품 개발에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탄소섬유의 가치
탄소섬유는 낚싯대, 테니스 라켓, 골프채 샤프트 등에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상업화 초창기엔 복잡한 제조 공정에 비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
탄소섬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항공산업의 경량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전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는 2000년대 들어 초대형 여객기 개발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철보다 훨씬 가볍지만 강도는 센 탄소섬유로 자연스레 눈을 돌렸다.
도레이사는 항공기 탄소섬유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2006년 보잉787기 단독 공급업체로 지정받고, 2021년까지 7조원대에 이르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엔 787기뿐 아니라 차세대 모델(777x)의 주날개 제작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0년간 계약 금액이 1조엔(한화 10조원)을 넘어섰다. 보잉은 차세대 모델의 주날개를 도레이사의 탄소섬유로 제작해 연료비 20% 절감에 성공했다. 연비 향상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 정도 줄였다.
탄소섬유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친환경과 고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차체 경량화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차체 경량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가벼운 소재, 탄소섬유다. 자동차에 탄소섬유 또는 탄소섬유복합재료(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를 사용하면 자동차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1천400㎏의 중형차를 기준으로 400㎏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용 탄소섬유 시장은 2010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천t에서 2013년 1천500t, 2015년 5천t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오는 2020년엔 3만5천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항공, 자동차를 양대 축으로 하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현재 연간 12% 이상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30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구미, 탄소섬유의 아시아 거점으로
2011년 6월 28일. 우리나라 전자'섬유산업의 중심지 구미공단이 탄소산업 메카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탄소섬유 업계 세계 1위인 일본 도레이사의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가 구미국가산업4단지 내 도레이첨단소재 구미3공장에서 탄소섬유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도레이사는 이날 구미5단지 내 탄소섬유 생산시설 건립에 1조6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MOU도 함께 체결했다.
도레이사가 구미4'5단지에 탄소섬유 공장을 잇따라 신축하는 것은 한국을 아시아의 탄소섬유 핵심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현재 도레이는 구미 공장에서 4천700t 규모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한국 최초의 고성능 탄소섬유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경북도와 구미시는 도레이사가 입주하는 구미5단지 산업용지 일대 66만여㎡에 탄소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한다. 일대에 탄소섬유 공장을 건립하는 도레이사는 클러스터 동참을 약속해 연관 기업 투자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로써 구미는 글로벌 탄소산업 기지로 또 다른 도약을 앞두게 됐다.
◆경북형 탄소섬유 산업화 시동
도레이가 탄소섬유 원사(原絲)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자동차부품'IT'에너지 등 각 분야 경북 기업들은 탄소섬유 응용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경북도가 집계한 기업만 63개사에 이른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부품이다. 지난달 9~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자동차 경량화 기술 산업전엔 모두 6개의 경북 기업이 참여해 탄소섬유를 접목한 자동차 경량화 재료 및 부품, 분석 및 검사장비, 소프트웨어기술 등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경산 ㈜일지테크는 탄소섬유복합재를 응용한 자동차 후드(Hood)를 전시했다. 영천 ㈜ATC는 자동차부품뿐 아니라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적용 분야를 함께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경주 ㈜일진은 탄소복합재 베어링을 통한 자동차 경량화를 제시했다.
경산, 영천, 경주를 잇는 경북 자동차 부품벨트엔 모두 820여 개 업체가 밀집해 탄소섬유 자동차부품의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유리하다. 자동차 부품산업은 2만여 개의 구성품으로 이뤄진 종합산업이자, 전후방 연계산업을 이끄는 선도 산업이다. 탄소섬유 산업화와 자동차 부품산업을 연계하면 하위 소재산업을 비롯해 기계, 전기, 전자, 화학, 섬유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경북 기업들은 이미 자동차 차체 및 섀시 등에 대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은 자동차 외판 부품에 적용한 시제품 개발과 시험평가에 들어갔다.
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도는 자동차부품 등 전통 제조업이 강한 지역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탄소를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우선은 자동차 부품에서 출발해 의료, 로봇, 항공산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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