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연구원 '초정밀 뇌지도' 프로젝트…뇌 질환 비밀 풀기

뇌신경망 초정밀 이미지
한국뇌연구원이 보유 중인 3D전자현미경은 나노스케일 뇌신경망 지도 작성에 꼭 필요한 장비다.
뇌신경망 초정밀 이미지
한국뇌연구원이 보유 중인 3D전자현미경은 나노스케일 뇌신경망 지도 작성에 꼭 필요한 장비다.

'인간 뇌의 비밀에 도전한다.'

우울증, 치매 같은 뇌질환 치료의 원인과 치료법의 실마리가 될 '초정밀 뇌지도'가 대구에서 만들어진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김경진·이하 뇌연구원)은 7일 초정밀뇌신경망 지도('뇌 커넥톰') 제작, 대뇌피질 융합연구단 출범 등을 내용으로 한 '한국뇌연구원 5개년(2016~2020년) 계획'을 발표했다.

◆초정밀 뇌지도로 뇌 질환 비밀 푼다

뇌신경망 지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뇌 연구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는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10년간 30억달러(약 3조천억원)를 혁신적 뇌 연구에 투자하기로 했다. EU도 10년간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를 투자해 인간의 뇌와 비슷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일본 이화학연구소도 연간 30억엔(약 308억원)의 예산으로 2014년 '혁신 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뇌연구원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춰 대뇌피질의 기능을 파헤치는 '대뇌피질 융합연구단'을 올해 출범시키기로 했다. 대뇌피질은 전두엽(운동), 두정엽(감각, 정보통합, 의사결정), 후두엽(시각), 측두엽(청각, 화학)으로 나뉘는데, 대뇌피질 연구단은 이 중 '두정엽의 후두정피질' 부위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후두정피질은 신체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곳으로, 뇌에서도 가장 고차원의 기능을 맡고 있다. 대뇌피질 연구단은 이 후두정피질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특정 뉴런 및 신경회로의 활성 과정을 밝힌다는 목표다.

뇌연구원 임현호 연구본부장은 "뇌 신경세포 하나가 1천 개 이상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뇌 신경세포가 1천억 개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그 연결망은 매우 복잡한 구조"라며 "하지만 뇌정밀 지도를 통해 뇌 신경세포 간 연결성을 파악하면, 치매처럼 신경회로 일부가 파괴된 인지장애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했다.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는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구조와 연결망을 파악해 두뇌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두뇌 역설계'라고도 불린다. 뇌신경망 지도를 통해 뇌 구조와 기능을 지금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고, 정서장애 및 뇌질환 조절기술과 뇌손상 제어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도 실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반영한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본부장은 "'뇌 설계도'라 할 수 있는 뇌 정밀지도를 통해 우울증, 중독, 치매 등과 같은 뇌질환의 자세한 원인과 진행 과정을 파악하고, 정밀 조기진단 및 치료, 제어 기술을 개발해 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뇌연구원은 초정밀(나노스케일) 뇌신경망 지도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전자현미경 분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먼저 국내에서 유일하게 1대 확보하고 있는 3차원 전자현미경을 내년에 1대 더 추가할 계획이다. 3차원 전자현미경은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연결까지 확인할 수 있어 뇌신경망 지도 제작에 꼭 필요한 연구장비이다.

◆한국뇌연구원, 국내 뇌연구 허브로

뇌연구원은 5개년 계획에 맞춰 국가 뇌연구 융복합 허브 육성, 뇌연구 전략 및 정책 지원 등 국가 뇌연구기관으로서의 핵심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뇌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 병원, 산업체 등과 융복합 협력 연구를 확대하는 등 국내 뇌연구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스텍, 경북대 등 지역 대학과의 협력 연구도 확대한다.

더불어 뇌연구원을 국내 뇌연구자들을 위한 '개방형 연구원'으로 탈바꿈시킨다. ▷고가의 인프라와 연구장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뇌이미지센터 ▷인간 뇌조직을 포함한 뇌유래물을 보관 분양하는 뇌은행 ▷유전자변형마우스 등을 분양하는 실험동물센터 등의 허브형 연구조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은 "1천억 개의 뇌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신경망 회로 중 일부만이라도 우리가 먼저 밝혀낸다면 뇌연구 선진국과 차별화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워드=뇌 신경망지도(뇌 커넥톰):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전체 연결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뇌지도로, 뇌 회로도라고도 한다. 기억'성격'지능 등이 뇌에 어떻게 저장되고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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