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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견뎌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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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최근 별세했다. 혁신적인 건축 개념을 가지고 왕성하게 일하던 인재가 기관지염 치료를 받던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

미래지향적인 독창성으로 일찍이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세계적인 건축가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한 것은 2004년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건축예술을 통해서 인류와 건축환경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공헌을 한 건축가'를 선정해 주는 이 상을 받은 여성 건축가는 자하 하디드가 유일하다. 어느 외국 언론이 '백인 남성 건축가 클럽은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다'고 말할 정도로 건축은 아직까지 여성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이용한 우아함으로 거대한 부피감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그녀의 건축은 시적인 동시에 우주적인 건축물로 인식된다. 2013년 8월, 평소 그녀의 '섹시 웨이브' 건축에 매료되었던 나는 코펜하겐 여행 중 '덴마크 건축센터'에서 열린 그녀의 전시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완성한 건축물들의 모형과, 3D 화면서 아이디어 스케치에서부터 완성까지를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선의 베리에이션은 마술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서 건축의 영감을 받았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이라크 남부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녀에게,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그곳 해안가에서 바라본 유려한 곡선이 그리는 풍경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었다. 또한 그녀는 교육을 '더 나은 세계로 나가는 여권'으로 여긴 부모 덕분에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후 영국 런던의 유명한 'AA 스쿨'에서 건축을 전공할 수 있었다. 아랍 세계의 수학에서 볼 수 있는 논리와 기하학의 조화, 그리고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말레비치와 칸딘스키의 작업에서 받은 영향을 통합해 그녀는 건축에 움직임과 에너지의 개념을 접목했다.

여성인 그녀가 혁신적인 건축가로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뛰어난 능력과 열정으로 오로지 일에만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경멸적인 시선이 따랐다고 한다. '여자가 잘하면 그 여자의 유전적인 구조에 잘못된 것이 있다'는 영국 건축계의 선입견을 그녀는 '견뎌내는 힘'으로 이겨내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선, 여성은 지금도 훨씬 더 힘들게 견뎌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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