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노인이 젊은이를 가르쳤지만, 지금은 젊은이가 노인을 가르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 등 IT 기계 장치이다. 똑똑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노인이라 해도 IT 기계에 대해 알고 싶으면 대체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이전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느렸기 때문에 노인도 어렵긴 하지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노인이 젊은 층에 무시당하는 이유의 하나다.
과연 노인은 인지적 적응에서 퇴화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는 존재일까? 흔히들 그렇게 여기지만 과학실험의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연구의 하나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로저 랫클리프 교수와 게일 맥쿤 교수가 실시한 대학생과 노인 간의 인지반응 속도 및 정확도 대조 실험이다.
이 실험은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나는 별표의 수가 작은 수(31~50)인지, 큰 수(51~70)인지 가능한 빨리 버튼을 눌러 결정하는 것과 컴퓨터 스크린에 표시된 여러 개의 문자가 영어 단어인지 아니면 그냥 마구 섞어놓은 문자들인지 알아맞히는 것 두 가지로 실시됐다. 그리고 피실험 노인은 60~74세 그룹과 75~90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대학생과 '경합'을 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확도에서 75~90세 그룹조차 젊은이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반응 속도에서는 대학생에 뒤졌다. 하지만 이것도 노인에게 과제를 더 빨리 수행하도록 격려하자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 두 교수는 의미심장한 결론을 내렸다. 노인이 인지 처리의 속도와 정확성에서 젊은이에 뒤지지 않으며, 노인의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실수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결국 노인의 행동이 젊은 사람보다 느려 보이는 것은 일의 정확도를 위한 의도적 행동이란 얘기다.
이 결론이 맞다면 노인이 젊은이에게 무시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세 미만이 평가한 70대의 사회적 위상 점수는 3.21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44점)보다 크게 낮았다. 20대가 준 점수도 4.01점으로 역시 OECD 평균(5.30)보다 낮았다. 젊은이가 노인을 존경하지 않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식민 지배와 6'25전쟁을 거쳐 먹고 살만해진 오늘에 이르는 동안 죽도록 고생한 노인들께 참으로 죄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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