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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섬유, 창조사업으로]<중>서진염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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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디자인 1㎡ 크기 출력 가능…"아이 사진으로 옷 만들죠"

서진염직(주)의 송규용 대표는 리얼패브릭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공유
서진염직(주)의 송규용 대표는 리얼패브릭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공유'거래 플랫폼을 창조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섬유산업은 더는 '과거의 산업'이 아니다. 긴 섬유업 침체기를 뚫고 살아남은 지역의 섬유패션업체들은 남다른 기술력과 자신만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내수에서 수출 위주로, 재래식에서 디지털식 공정으로, 생존을 걸고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고, 그 생태계의 주도자가 됐다. 대구 서구의 원단가공업체 서진염직㈜이 그런 대표적 사례다.

◆제조업의 고정관념을 깨다

"처음에는 제 아이들의 사진으로 디자인한 원단을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전통 날염(옷감을 부분적으로 착색해 무늬를 만드는 작업)방식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었어요. 기념 삼아 소품 원단을 염색하는데 큰돈이 들었거든요."

서진염직의 송규용(43) 대표이사는 10년 전 다니던 대기업 전자회사를 그만두고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에 취직했다. 복잡한 전통 날염 고정을 보며 그는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 고민했다. 전통 날염은 디자인을 날염 공장에 의뢰해 제도-제판-날염-후 가공 등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송 대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그런 방식으로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디자인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에서 1억7천만원을 주고 텍스타일용 디지털프린트기를 샀고, 자기만의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을 기다렸다.

그러자 의외의 수요들이 생겼다. 대학의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프린트한 원단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프린트기로 원단을 가공하니 가로세로 1m 크기가 2만원이면 충분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백만원을 훌쩍 넘었다.

2012년 무렵에는 온라인쇼핑몰을 차렸다. '리얼 패브릭'(www.realfabric.net)의 탄생이다. 자신이 직접 그린 패턴 디자인을 원단으로 바로 출력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도 출력할 수 있고, 그 제품도 5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특히 리얼 패브릭에서는 자신의 디자인을 출력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디자인한 패턴을 타 회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디자인 공유'거래 플랫폼'이다.

송 대표는 "제품 판매금의 10%를 디자인 개발자에게 돌려준다. 가령 월 500만원어치가 팔렸다면 50만원이 디자이너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현재 리얼 패브릭에는 2만 명 정도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 중 4천여 명은 디자인을 판매할 수 있는 디자인 회원이고, 나머지 일반회원은 등록된 디자인 회원이 디자인한 원단을 받아 옷이나 쿠션 같은 제품을 만든다. 사이트에 등록된 디자인 수는 6천개가량인데, 이 중 20% 이상은 1회 이상 팔렸던 것이다. 송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단순한 패턴의 북유럽식 디자인이 인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동물을 소재로 한 특이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디자인 시장의 새 생태계를 열다

물론 처음에는 우려도 컸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의 디자인 퀄리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누군가 남의 디자인을 자기 것인 양 등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걱정거리였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고자 '디자인 순위제'를 사이트에 도입했다. 순위제가 자리 잡자 디자인 퀄리티가 안정됐고 고정 매출이 발생했다. 송 대표는 매월 3~5명을 굿 디자이너로 선정해 100만원어치의 포상도 주고 있다. 둘째 문제는 디자인 도용 의심 시 3일간 판매를 보류하고 자체 심사를 거친다. 도용 확인 시에 판매를 중단한다. 리얼 패브릭의 회원들은 회원 가입 시에 이런 내용의 계약서에 동의해야 한다.

사이트 홍보를 위해 대형 포털 광고에 내보냈다. 시장을 만들자 거래는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이 개발한 디자인 패턴만 올리던 사람들이 패턴을 적용한 제품 견본을 직접 만들어 선보이거나, 자신의 블로그와 연계시키는 식으로 생태계가 스스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월 500만원이던 매출이 4년 만에 월 6천만원의 매출로 커졌다.

송 대표는 리얼 패브릭의 일본 및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나만의 디자인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디자인 공유'거래 플랫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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