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늙고 싶지 않아요. 오십 되면 지구에서 사라져야지." "왜? 늙는 게 추해 보여? 쭈글쭈글해지고 볼품없는 것 같아?" "외모만 갖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서요. 어제도 지하철 탔는데 바로 앞자리가 비어서 앉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세게 밀치고 자리에 앉더라고요.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신 거죠? 분명히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생각해봐, 자가용 타고 다니면 그런 일 생기겠어?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힘들게 살아야 하니 아픈 다리 챙기게 되는 거야. 넌 지금의 네가 제일 좋아 보여? 지금 모습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 "글쎄요. 나중에 더 멋있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편인데, 하긴 준비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지금의 내가 가장 좋으면 나이가 들어도 제일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거잖아, 후회하는 것조차 이전의 나보다 나은 상태를 뜻하는 거니까, 하지만 네 말대로 살아갈수록 더 나빠지는 모습이 많은 건 사실이야. 어제 우연히 이런 시를 봤어.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뭐 그런 시야."
"누가 그런 유치한 시를 썼어요? 누구를 위해 쓴 거예요?" "하지만 그분의 시가 교과서에 실려 있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잘 아는 시잖아?" "믿을 수 없어요. 그분이 그런 시를 썼다고요?" "그래,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고 아직 나랏돈도 다 갚지 않은 분의 생일 축시로 바친 거야. 아 그거 말고도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인 가미가제 자살 특공대원을 예찬하는 시도 썼어.'웃으며 가더니 너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결 더 짙푸른 우리의 하늘이여' 뭐 그런 내용이야." "그분도 지금의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셨을까요? 국화 옆보다 국회 옆이 더 좋았을까요?"
"욕망에서 자유롭고 더 넓은 품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진리를 좇아 살아가는 그런 멋진 모습을 상상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 보이면 얼마나 좋겠어?"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의 내가 정말 한심해 보이는데, 그래도 힘을 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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