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 기자의 이슈 털기]<5> 박근혜 대통령 '불통'에 관한 짧은 기억

"왜 결혼을 안하십니까?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혼하시면 국민 축제일이 될 수 있을텐데요."

2007년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 기자는 박근혜 캠프에 출입기자로서 공개석상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연합뉴스와 지상파 및 중앙지 출입기자들의 질문이 끝나고 "기타 다른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과감하게 손을 들었다. 이 질문이 끝나자 분위기는 썰렁했다. 타사 기자들은 대구에서 온 기자를 '촌놈'처럼 여기며, '뭐 저런 유치한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봤다.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제가 답하기에 적절하지 않는 질문 같네요. 다른 질문 없으면 마치겠습니다."라고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용기를 냈지만, 이 짧은 질문 하나에 '분위기 파악 못하는 촌기자'가 됐다.당시 지역 언론 담당이었던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괜히 그런 질문을 해가지고 분위기 설렁하게 만듭니까?"라며, "저랑 따로 얘기합시다."라고 다독여줬다.

결혼에 관한 비슷한 질문이 또 나올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일까. 보름쯤 지난 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저는 대한민국과 결혼했습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요즘 '불통' 이미지를 보면, 당시의 짧은 기억이 오버랩된다. '왜 결혼을 안하십니까'라는 댓바람 질문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남자친구가 언제 있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는 정도의 답변이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시 박근혜 후보에 관한 또다른 기억 하나.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제치고 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대선 3수 도전에 나섰다. '이회창 후보 24시' 등 근거리 취재를 하던 어느 날, 이회창 후보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박근혜 전 당 대표의 삼성동 자택 앞으로 가서 만남을 청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집안에 있었지만 결국 나오지 않았고, 이회창 후보는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사실 '법과 원칙 그리고 신뢰'라는 같은 정치적 신념과 소신을 갖고 있었던 두 후보가 '이회창-박근혜 정권' 으로 힘을 합쳤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개인적인 상상도 해봤지만, 물거품이 돼 버렸다. 당시 두 후보는 지향점이 비슷했지만, '고집과 불통'이라는 코드는 누가 더 센 지 겨루기를 할 정도였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경선을 치를 때, (故)김영삼 전 대통령은 MB(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그 때, 이회창 전 당 총재는 '중립'을 지켰다. 이후 '깨끗한 패배 승복'을 외쳤던 박근혜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대권도전을 '팽'(烹)시키며, 자신의 다음 대권도전을 기다렸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이회창 전 당 총재는 '정치권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불통' 이미지로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서울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다시 한번 '불통'을 연상케 했다. 국회를 향한 원망, 친박과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하는 유체이탈 화법 그리고 지역 언론과의 불통 등은 콘크리트 지지율이 아닌 '콘크리트 불통'임을 재확인하게 했다.

그나마 박근혜 정권에 품고 있었던 애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솔직히 '대한민국에 큰 재앙없이, 정권 마무리나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져 들게 했다.

4'13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리얼미터 지지율 조사(4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522명을 대상으로 임의걸기(RDD) 결과 지지율이 31% 로 떨어진 것을 보면 '불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성대모사로 이번주 이슈털기를 마무리한다. "박근혜 대통령님! 이게~~ 뭡니까?"

※만평 형식의 이 코너는 한 주간에 대한민국 또는 대구경북을 뜨겁게 달군 핫이슈를 해학적으로 풀거나, 통찰력있게 뒤집어 봄으로써 가벼운 통쾌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특정인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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