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린턴 vs 트럼프' 누가 돼도 보호무역 강화…한국에 통상압력 커질 듯

미국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간의 맞대결이 유력해지면서 이들의 집권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두 주자의 공약은 극과 극이지만, 대외무역'외환정책을 보면 기존 버락 오바마 정부에 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조짐은 뚜렷하다. 수출대국이자 대미무역 흑자가 많은 한국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어그러지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보호무역 기조 강화될 듯

극과 극인 두 주자 간에 보호무역 강화라는 공통점이 생긴 배경에는 미국 내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반대 여론이 늘어난 여론조사결과가 있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TPP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 입장을 공표했다. TPP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존하고, 임금인상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더욱 극단적이다. 그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공정한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면서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무역상대국에 최고 4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한미 FTA를 "총체적인 재앙"이라며 당선되자마자 무효로 하겠다고 밝혀왔다. TPP에 대해서도 끔찍한 협상이라며,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선언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면 미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나 한국 등이 타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품목 다변화와 현지 생산 등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中 45%, 멕시코 35% 관세 시행 시 세계무역 '재앙'

트럼프의 무역'통상정책 핵심은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45%, 멕시코산 제품에는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4천819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갑자기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수출이 타격을 입고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공약 실현 시 중국과 멕시코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빗장을 걸어 잠근 미국 경제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반도체, 자동차, 항공 부품 등 총 1천162억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산 제품에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2019년 말 미국의 경제 규모는 4.6%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700만 개 감소하면서 실업률은 9.5%까지 뛰고, 트럼프가 모두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는 연방정부 적자 규모 역시 60% 이상 증가하게 된다.

◆한국은 FTA가 이슈

어느 후보가 대권을 잡더라도 TPP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는 그간 TPP가 미국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클린턴은 "(TPP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리며 국내 안보를 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TPP 폐기 내지 비준 유예는 비회원국인 한국에는 호재다. TPP가 당장 내년 발효될 경우 한국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3% 감소하고 수출은 1.0%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TPP가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한국의 타격은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TPP보다도 한국과 미국 간 FTA가 더 큰 이슈다. 트럼프는 거의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거나 폐기, 재협상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일삼아 왔고, 최근에는 트럼프 진영의 좌장 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한미 FTA가 미국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주장대로 한미 FTA를 폐기하게 될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환율정책 강화 우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고, 힐러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TPP 협정에서 환율 조작 문제를 협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양 후보 모두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상대국의 인위적인 환율 조작으로 초래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환율정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4월 말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한국과 대만, 일본, 독일 등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어려움을 안기면서 양 후보 모두 (상대국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트럼프의 말대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관찰대상국에 들어간 나라도 (지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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