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세주(61'경주시 건천읍 대곡리) 전 경주대 교수를 보면 이런 글이 떠오른다.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진다.'
그는 현재 계간 '수필미학'의 발행인이다. 차별화된 수필 문학지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경주에서 대구를 오가며 수필미학사에서 '인문학 공부 모임' 강의를 하고 있다. 어쩌면 본인이 하고 싶었던 또 다른 문학의 꿈을 펼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여 씨는 문경에서 태어났다. 대구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나 내면 깊숙이에는 문학을 향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겨울에 소설을 쓴다고 자취방을 지켰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친구들과 독서회를 만들어 문학'철학 서적을 읽었지요.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문학을 향한 잠재된 꿈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면서 국어 선생님이었던 작은아버지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던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여 씨는 소설 창작 공부를 하였으나 이내 습작을 포기했다. 천부적 재주꾼이 아니고서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자가진단의 결과였다. 한참의 방황 끝에 고전소설을 자료로 삼은 소논문 한 편을 완성, 당시 문교부가 주관하는 논문 발표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결국 그것이 전공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석사'박사학위 논문도 고전소설 분야의 연구였다.
"현실은 내 의지에 우호적이지 못했습니다. 재직하고 있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보다는 문예창작학과를 개설, 다시 문화콘텐츠를 기웃거리다 한국어교육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지방대학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붙잡고 있던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 씨는 정년을 여러 해 앞둔 2013년 명예퇴직했다. 희망이나 보람도 없이 자리를 지킨다는 게 왠지 구차한 것 같았다. 경희여상'하양여고'구남여상 교사, 경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35년 동안 이어온 교편 생활을 접은 것이다.
"그즈음에 가까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필 비평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수필 전문지를 창간할 생각인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망설임 없이 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실에 떠밀려 어느 한 곳에 깊이 뿌리박고 구심점이 되지 못한 채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겨왔습니다만 삶이란 게 주변 환경에 휩쓸리면서 서식처를 끝없이 찾아 나서는 유랑생활 아닐까요?"
여 씨를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얻는 듯하다. 겉모습은 잔잔한 호수 같으나 각 부분들을 조합하는 능력은 꼼꼼함을 떠나 전체를 아우르는 바다와 같은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르침에서 그러하다. "풍부하게 소유하는 게 아니고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분명 외로운, 그러나 본인에게는 철저한 천생 학자 소질을 타고났다.
#빛나는 실버 소개해 주세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사는 어르신을 찾습니다. 은퇴 후 더 활발하게 인생 2막을 살아가시는 분이 주위에 있습니까? 주간매일에 알려주십시오.
문의: 053)251-1581~3 weekl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