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도원(42)은 먼 길을 돌아왔다.
"20살 때까지도 꿈이 없었다"는 그는 연극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했다. 허무함을 느꼈고,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극단 생활을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14년 몸담았던 연극을 그만두게 됐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사판을 전전하고, 옥탑방에서 살았던 그는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졌다. '연극판에서 연기했으니 영화배우라는 꿈을 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영화의 메카라는 충무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연극만 알던 그가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도 충무로에서 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한다는 극단 출신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렇게 곽도원의 제2의 연기인생이 시작됐다.
"단편영화부터 시작하라"는 후배의 말을 들은 그는 실행에 옮겼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주인공이 된 것도 과거의 인연 덕이다. 단편영화 때 알게 됐던 이들이 '황해' 오디션 이야기를 꺼냈고, 곽도원은 크지 않았던 비중임에도 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나 감독은 '황해'에서 잠깐 호흡을 맞췄던 곽도원을 잊지 않고, '곡성'의 주인공으로 기용했다. "사실 저를 주인공으로 쓴다고 했을 때는 '뭘 믿고 저러나?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 감독이 믿음을 보내니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나를 그렇게 믿어준 것에 대해 배신은 하지 말아야 하잖아요. 감정 폭이 넓어지는 종구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특히 자식이 없으니 아버지 역할을 과하지 않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 속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곽도원이 자식을 살리려는 경찰, 황정민이 무속인, 천우희가 이 사건의 목격자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배우들 모두가 6개월간 고생한 흔적이 보인다.
곽도원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야 6개월 동안 굴렀으니 고생은 한 거겠죠.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촬영 중 쉬었다 가면 안 되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는데 스태프들 손잡고 올라가다 보니 내 한계를 뛰어넘는 나를 보게 됐고,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절벽 신을 찍을 때도 새벽에 출근해 해가 떨어질 때 내려오길 반복했어요. 제가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컷 소리와 함께 다리가 풀리긴 했지만 '나도 되는구나. 해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뿌듯하더라고요. 6개월이 오히려 행복했어요."
곽도원과 호흡을 맞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곽도원의 연기에 위압감을 느낀다고 한 기억이 있다. 본인은 그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몸뚱이가 위협적인 거 아닐까요?(웃음) 배우가 시나리오에서 얘기하는 걸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선 분장, 조명, 촬영, 상대 배우 등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게 잘 맞춰져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전 역할에 집중했을 뿐이고 아마도 편집이 잘 돼서, 또 그런 역할을 주로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다음에는 다른 역할을 해야겠네요. 유약한 인물은 어떠냐고요? 좋죠.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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