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민수(가명'26) 씨는 요즘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이마의 'M'라인은 점점 올라가고 있고, 정수리의 머리카락도 가늘고 힘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탓이다. 두피마사지도 받고, 발모에 좋다는 약초 추출물도 머리에 바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민수 씨는 "사람들이 내 머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모자를 쓰지 않으면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다"면서 "탈모 치료제를 먹어야 한다는데 성욕 감퇴나 성 기능 장애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망설여진다"고 푸념했다.
넓어지는 이마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 꽤 많다. 탈모로 진료받는 인원은 한 해 20만 명이 넘는다. 탈모와 관련된 속설이나 갖가지 민간요법이 성행하는 이유다. 머리카락이 점차 가늘어지다가 탈모로 가는 과정은 20~3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치료를 해도 금방 좋아지거나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이 탈모 원인 물질로 변화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이 60~70%, 남성호르몬과 식생활 등 환경 요인이 30~40%가량 영향을 미친다. 흔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모발이나 체모를 성장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문제는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α ) 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로 변한 이후다. 유전적으로 DHT 양이 일반인보다 많거나 5알파 환원효소에 반응성이 높은 경우 탈모가 일어난다. 온몸의 털은 자라게 하지만 유독 앞머리와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빠지게 만드는 셈이다.
남성형 탈모는 20~30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20대 초반부터 증상이 나타나 50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탈모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자라는 시기에 모근의 굵기가 가늘어지면서 일어난다.
탈모는 M자형으로 진행되는 M형 탈모와 앞에서 전체적으로 밀려 올라가는 C형 탈모, 정수리에서 내려앉는 O형 탈모로 구분된다. 탈모의 진행 정도는 탈모 정도에 따라 7등급으로 나눈 '노우드-해밀턴 분류법'이 통용된다.
◆프로페시아, 임신부는 복용하면 안 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밖에 없다. 먹는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으로 돼 있다.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면 모발이 빠진 후 굵어져서 새로 나는 6개월 이후에 효과를 본다. 약을 먹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모발을 유지하려면 50대 중반까지는 복용해야 한다. 임신부의 경우 남아 태아의 외부 성기가 형성되지 않는 기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바르는 치료제인 미녹시딜은 탈모 부위에 바르는 약으로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미녹시딜 제제는 2, 3. 5% 제제가 있는데 남자는 5% 제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여자는 5% 제제를 사용하면 얼굴 등의 솜털이 굵어지기 때문에 2, 3% 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식 후 1년 6개월 지나야 최대 효과
탈모가 이미 진행됐다면 모발이식도 대안이다. 기존의 가는 모발 사이사이에 3천~4천 개 정도 심으면 심은 모발은 굵고 길어서 큰 윤곽이 되고, 풍성하게 보인다. 탈모는 앞으로 빠질 부위까지 예측해 이식을 해야 한다. 탈모가 된 부위에만 모발 이식을 할 경우 다른 부위는 계속 빠지고 이식한 부위만 섬처럼 남기 때문이다.
이식한 모발은 처음 1주일 동안은 빠르게 자라는 것 같지만 2주째부터 모낭이 휴지기에 접어들면서 빠지기 시작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이식하기 전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식한 모발의 70~80%는 빠졌다가 3, 4개월이 지나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이식한 모발이 최대 효과를 내려면 시술 후 1년 6개월은 지나야 한다.
김정철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은 "탈모인들에게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 등 대사성 질환이 많다는 건 탈모가 관련이 있다는 의미"라며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폴라보노이드 등이 많이 포함된 해조류와 과일, 견과류, 등푸른 생선 등을 많이 섭취하면 탈모 억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센터장, 김문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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