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50) 신임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뜸 "과메기로 구룡포를 더 풍요롭게 하는 방법 없습니까?"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3일 취임한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오후 2시면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조합원이든 아니든 과메기를 취급하는 이라면 모두 다 함께 잘살게 하고픈 게 제 꿈입니다.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만지면 괜찮게 먹고산다고 해야 젊은이들이 많이 올 거고, 결국 지역도 덩달아 발전할 거 아닙니까."
김 이사장은 '대물림'을 통해 과메기 산업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 역시도 어머니 뒤를 이어 과메기 관련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 1980년대 구룡포 시장에서 배를 갈라 말린 과메기를 파는 어머니를 대신해 꽁치를 구해오고 판매망을 확충하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요즘 과메기에 스토리를 입히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묵은 김치에 싸먹던 과메기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있듯, 초밥'튀김'일회용 안주 등 과메기의 다양한 변신으로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한철 700억원의 매출을 확대할 방안으로 까다로운 젊은이들의 취향을 선택한 셈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기존 과메기 시장을 뒤흔들 다양한 개혁안을 내놓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예고했다. 우선 같은 꽁치라도 잡히는 배에 따라 대만산'원양산(국내 배)으로 구분되는 '이상한 구조'를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꽁치인데 원양산의 경우 30% 더 비싸다 보니 원산지를 속이는 일도 있을 수 있고,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어 이를 개선해보겠다는 것이다. 또 영세업체들이 같은 조건 속에서 과메기업을 할 수 있도록 원료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과메기 실명제도 시행할 계획이다. 과도한 경쟁을 막고 최적의 맛을 구현하고자 생산시기도 같게 맞추려고 판매자 간 조율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위생 부문에 대해서도 세척장 관리'손질'포장실 개선 등을 통해 부족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과메기 판매 사업자들에게도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그의 개선안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구룡포 과메기 취급 사업자들이 이를 따라줄지도 확실치 않고, 대만산 꽁치 유입에 대한 기존 공급업체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구룡포 과메기 판매장에서 요즘 '대물림'이 이뤄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고향에 돌아와 과메기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과 함께라면 제가 꿈꾸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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