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소통이란?

지난주 경기도 교육청에서 교원 평정 점수만 충족하면 자동 승진하는 교감 승진 제도에 제동을 걸면서 첫해부터 탈락자가 속출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중등 공립 대상자 375명 중 4명이 불합격했으니 '속출'했다거나 '대거' 탈락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이지만, 교육계 입장에서 의미 있는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탈락자가 나온 이유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교의 관리자가 될 교감에게 필요한 덕목이 소통 능력이라고 보고 승진 심사에 동료 교원들의 평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탈락자들이나 승진 심사 대상자들은 불만을 가진 동료 교원들이 악의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반발한다는 것 자체가 동료 교원들에 대한 모독이며, 스스로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교사들 중에는 점수가 되는 것만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처럼 평정 점수에 들어가는 일만 하려 하고, 평정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자들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 체제로는 그런 사람들이 빨리 승진한다. 그렇게 다른 교사들로부터 인심을 잃어가면서 학교의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전달과 명령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함께 무엇인가를 해 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통이 필요하다면서 회의는 많이 열지만, 결국 회의에서 하는 것은 일방적인 전달과 명령이다. 그런 회의를 많이 연다고 해서 소통이 될 리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것이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의견이 일치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사람의 생각은 말 몇 마디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자신의 의견을 일부나마 들어 주었을 때 소통이 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통'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적당히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상'에 가까운 것이다.

교육계는 우리 사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소통이 필요한 곳이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 교사 간의 소통, 교사와 관리자의 소통 중 어느 하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불통으로도 교육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현재 교직 사회는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그리고 젊은 교사들일수록 더 뛰어난 집단이기 때문에 나이나 교직 경력이 많다고 해서 전문성이 더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학교의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연륜 있는 선생님들은 소통을 통해 학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 그 점을 승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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