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을 우습게 보지 마라."
25일 대구 도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 규명 촉구대회'에선 신공항 공약을 파기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울분에 찬 시민들은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정치적 사기극"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과 학계, 상공계 등도 한뜻으로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과 사과조차 하지 않는 태도를 성토했다.
행사장에는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쓴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라는 문구가 깃발과 팻말 등의 형태로 곳곳에 걸렸다. 또 참석자들은 '10년 세월을 돌려다오, 백지화 진상 규명 촉구'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고, 일부는 "약속을 안 지킨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고함을 질렀다.
엄용수 새누리당 국회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정부의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변질됐다"며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그 과정을 분명히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과거 부산의 반발로 무산된 위천산단과 부산에 빼앗긴 삼성자동차 공장이 떠오른다"며 "정부를 믿었기에 부산의 유치 도발을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지역 균형발전의 희망을 정부가 앗아갔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도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구 산격동의 이성호(36) 씨는 "밀양이 가덕도보다 평가 점수가 높았는데 갑자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 의아했다"며 "객관적으로 밀양이 낫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정부는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수성구 황금동의 이경희(57) 씨는 "2011년 백지화 때 이명박정부를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본인이 약속을 어기면서 지역민을 배신했다"며 "집회를 통해 다시 밀양으로 바뀔 수는 없지만 대구시민의 힘을 보여준다면 대구공항 활성화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 밀양에서 달려온 사람들도 뜻을 보탰다. 밀양 매일동에 사는 이양호(56) 씨는 "두 번이나 신공항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것은 정부가 지방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밀양과 가덕도 중 하나를 선정하겠다고 해 놓고는 원래 안 된다던 김해공항으로 결정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 옆을 지나가던 젊은 층도 "침체한 대구를 살릴 동력인데 정부가 날려버렸다"며 신공항 필요성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신공항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100년을 내다본 계획으로 추진됐다"며 "신공항이 무산된 지금 지역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시민과 각 단체가 모여 범시도민 대책위를 구성해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며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산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광역경제권으로 지방경제를 살리려던 꿈이 무너졌다. 지방도 먹고살려던 꿈, 우리 자식 세대를 글로벌 리더로 키우려던 꿈이 좌절됐다"며 "정부는 지방에 사망 선고를 내렸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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