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을 가리켜 'Wall Street fat cats'(살찐 고양이들)라고 불렀다. 구제금융 협상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보수와 보너스를 챙긴 투자은행 경영진의 탐욕과 뻔뻔함을 비꼰 것이다. 언론도 이들을 'Looters'(약탈자'부정이득자)로 표현하며 "구토가 난다"고 맹비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CEO 리처드 풀드는 2007년까지 8년간 5억달러의 임금을 챙겼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투자은행 UBS도 경영진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해 공분을 샀다. 작가 로버트 프랭크는 "일반인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자들의 나라, 미국"이라며 책 제목을 아예 '리치스탄'(Richistan'부자+나라)으로 달았다.
'Fat Cat'은 원래 정치 용어다. 거액의 정치 헌금자를 이르는 말이다. 1920년대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켄트의 '폴리티컬 비헤비어'(Political Behavior)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신문은 턱시도에 줄무늬 바지를 입고 시가를 피워대는 뚱뚱한 중년 남성의 캐리커처를 싣고 '살찐 고양이'라고 풍자했다. 지금은 많은 보수를 챙기는 배부른 금융가를 지칭할 때 흔히 쓴다.
투자은행과 GM 등 대기업 임원 연봉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더 이상 살찐 고양이는 안 된다는 여론에 밀려 미 정부는 2010년 금융개혁법을 만들고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했다. EU도 비슷한 제안이 쏟아졌는데 2013년 스위스는 경영자 보수를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8일 '최고임금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대기업 임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보수 상한제 도입에 관한 법안이다. 최저임금 기준 대기업 임원은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고위공직자는 5배로 규제하고 어기면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월 200만원도 못 받는 근로자가 1천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살찐 고양이의 살을 덜어내자는 취지다.
2014년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최저임금의 무려 180배다. OECD 소득 상하위 10% 간 평균 격차가 5~7배 수준이지만 한국은 11배가 넘는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24.7%로 미국(25%)과 함께 1, 2위를 다툰다. 더는 양심에 호소할 상황은 아니다. 법안 통과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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