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산포대 3km내 2,891명은 누가 책임집니까"

사드 배치될 공군부대서 바라본 성주읍

19일 성주읍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가운데 산 정상 부근에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가 보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드론 촬영
19일 성주읍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가운데 산 정상 부근에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가 보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드론 촬영

고향인 성주를 30여 년간 떠나 있다 지난해 퇴직하고 고향으로 온 박모(58'성주읍 성산리) 씨. 팔순인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올 초 집을 새롭게 단장했다. 참외하우스를 5동이나 지어 지난 3월 첫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서울에 있는 아내도 올 연말이면 고향으로 올 계획이다. 사랑하는 고향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를 모시고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목표로 노후를 설계한 박 씨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박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주한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지역으로 성주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박 씨가 더욱 절망한 것은 사드가 배치되는 곳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바로 뒷산(일명 성산)이라는 점이다.

"성산 주변에 사람이 많이 살고 성주는 참외 농사도 잘돼 대구'서울 등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이 동네 귀향을 계획 중입니다. 그런데 바로 뒷산에 사드가 온대요. 밥 먹다 사드 배치 소식을 들었어요. '인구가 적어 적지'라고 하던데 우리는 사람으로 안 셉니까? 서울에서 살다 왔지만 서울을 떠나 시골로 가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닙니까?"

{영상}

박 씨의 말을 들은 취재진은 19일 사드 배치지로 발표된 성주읍 성산리 성산(해발 383m) 공군부대(성산방공유도탄포대)를 찾았다. 성산포대에 올라 성주읍을 바라보니 박 씨의 말에 틀림이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사는 지역에 사드가 들어오는 것이다.

공군부대에서 바라보니 성주읍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산 남서쪽 자락이 선남면 장학리, 북동쪽이 성원리다. 성산 정상을 중심으로 직선거리 3㎞ 이내엔 1천379가구 2천891명이 살고 있다.

부대를 중심으로 1.5㎞ 이내에는 성주읍이 있다. 성주군청과 성주읍사무소, 초'중'고등학교, 성주경찰서, 아파트 등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부대를 중심으로 반경 5.5㎞ 이내에 인구 1만4천여 명인 성주읍을 비롯해 선남면 성원리, 장학리 등 5개 마을에 1만5천 가구 3만여 명이 산다. 20㎞ 이내에는 성주1'2일반산업단지와 성주소방서, 성주고, 성주교육지원청, 초전'벽진'월항면사무소, 월항일반산업단지 등 성주를 먹여 살리고 이를 지원하는 시설이 집중돼 있다.

해외 사례는 딴판이다. 2013년 괌 옛 앤더슨 공군기지에 설치된 사드 레이더 기지는 해변에서 레이더 기지가 위치한 지점까지 3㎞ 구간에 버려진 활주로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2014년 일본 교토부의 교가미사키에 들어선 사드 레이더 기지 역시 서쪽 끝 해안가에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인적이 드문 해안에 설치하고도 일본은 환경영향평가에다 15차례의 주민설명회를 거친 뒤 시의회의 동의까지 받아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성주는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느냐"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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