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이번엔 이진욱·이민기, 자꾸 도지는 성추문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던 게 연예계 성추문인데, 올해는 한 달이 멀다하고 줄줄이 터져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개그맨 유상무가 시작이었다. 이어 6월에 톱스타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4차례나 피소돼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7월에 들어서면서 배우 이민기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가장 최근에는 성실한 이미지의 배우 이진욱까지 같은 혐의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그 사이에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이주노도 성추행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연예인들이 마약이나 도박사건으로 굴비처럼 엮여 경찰서로 들어간 적은 있어도 동시기에 각각 성폭행 혐의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선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다렸다는 듯 이어지는 연예계 성추문에 "특정 이슈를 덮거나 민심을 교란시키려고 의도적으로 터트리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피소 연예인 전원 무혐의 주장

여성들로부터 피소된 네 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전원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성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중 유상무는 성폭행 미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직접적인 관계는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고소인과 사귀는 사이였으며 만취한 상태에서 실수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실제 여자 친구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 이의 제기를 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SNS를 통해 접근하고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며 모텔로 유도하는 등 두 여성과 만남을 가진 패턴까지 유사해 '상습범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

박유천은 일단 성폭행 관련 혐의를 벗은 상태다. 정황상 박유천과 여성들이 관계를 가질 당시 폭행 등 물리력을 행사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고소인 중 한 명이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박유천이 화대를 약속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성매매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민기 사건은 상당히 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발생 시점은 지난 2월이고 당시 고향인 부산의 한 클럽 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다 성관계로 이어졌으며 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성이 진술을 번복한데다 경찰 조사 결과 특이점이 없는 관계로 이민기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이진욱 사건은 지난 14일 한 여성의 고소가 계기가 돼 외부로 알려졌다. 함께 저녁을 먹은 날 밤에 이진욱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성폭행했다는 게 이 여성의 주장이다. 관련 내용이 담긴 여러 종류의 '찌라시'가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일파만파됐다. 현재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고소인과 '찌라시' 최초 유포자를 고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주노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여성 두 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춤을 추다 넘어졌을 뿐이라고 주장한 이주노와 달리, 여성들은 '뒤에서 끌어안고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예 활동에 제동, 향후 복귀 여부도 불투명

무혐의 주장 또는 무혐의 인정과 별개로 이번 사건에 얽힌 네 명의 연예인들은 심각한 이미지 실추로 인해 연예 활동이 어려워졌다. 무혐의가 확정된다고 해도 '행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터라 조속히 연예계로 복귀하는 게 쉽지 않은 처지다. 앞서 주병진도 성폭행 혐의로 7년간 법정공방을 펼쳤으며 무죄를 인정받고도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연예계로 돌아오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이후로도 트렌드에 밀려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경영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 이후 4년여간 법정을 들락거렸다. 무죄 선고 이후 영화에 출연하며 서서히 활동 폭을 넓혔지만 실추된 이미지 탓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다. '미생' '디데이' 등 비지상파 드라마에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지상파의 진입장벽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유상무와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 등 네 명의 남자 연예인들도 사실상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유상무는 연예활동뿐 아니라 자신이 추진하던 사업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태다.

유상무가 고정출연하기로 했던 KBS 예능 '외개인'은 첫 방송 직전 성폭행 스캔들이 터지면서 편성이 변경된 후 홍보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결국 4회 만에 조기종영됐다.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유상무가 조기종영의 불씨가 됐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박유천과 이민기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상태에서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박유천의 경우 이번 일과 함께 잦은 결근 등 복무 자체도 부실했다는 말이 나와 문제가 되고 있다. 8월 소집해제를 눈앞에 둔 이민기는 당장 연예계 복귀가 좌절됐다. 복귀작으로 택했던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 하차했다. 이민기 측에서는 '소집해제 직후 곧장 이어지는 스케줄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꼽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선은 다르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엔 제작진의 부담이 상당했을 거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민기 본인도 당장 멜로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욱도 치명타를 입었다. 최근 패스트푸드 등 새로 찍은 광고가 공개됐는데 이번 일로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삼시세끼-어촌편'에 출연하며 성실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부각하며 광고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출연요청이 몰려왔는데 결국 공들여 쌓은 탑을 단번에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무혐의가 확정된다고 해도 다시 예전처럼 공고히 탑을 쌓아올리는 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살 어린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강조하던 이주노도 이번 사건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연예활동이 쉽지 않았던 인물인데 아예 업계와 등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됐다.

◆연예인 평소 행실 화두로 떠올라

연예계 성추문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성폭행 및 성추행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들이 클럽에서 처음 보는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고 룸살롱, 텐클럽 등을 드나들며 방탕한 생활을 했던 건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문제가 된 이들 외에도 수위 높은 '화류계 생활'을 즐기는 연예인들이 많아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러니 '좀 노는' 연예인들을 캐스팅한 드라마나 영화, 또 광고계 관계자들은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전제작 붐이 일어나고 있는 드라마 업계는 문제가 불거질 경우 완성된 작품을 방송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맞을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진행비를 들여 제작한 광고도 문제발생 시 전면 중단해야 하니 부담이 커진다. '좀 노는' 연예인들의 행실을 미리 단속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애초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혈기왕성한 20대 또는 '노는 것 좋아하는' 연예인과 일하는 기획사에서는 어지간한 자리에 매니저를 대동하게 만드는 등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성추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각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도 관리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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