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꿈의 시대

"꿈이 있습니까? 그럼 실천하십시오.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정형화된 삶의 방식만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꿈을 강요하는 시대. 꿈의 시대다.

사람들은 흔히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난 이후의 이야기, 혹은 꿈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꿈에 대한 환상을 보여준 뒤 누군가 그 뒷면을 보기 전에 서둘러 긍정적인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방송 매체나 베스트셀러 책들이 하나같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편이 돈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리한 사람들은 잘 포장된 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게 모두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 혹은 이상이라고 말한다. 내내 그런 이야기에 노출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최면에 빠진 채 삶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강의, 또 다른 책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꿈을 사고파는 사람이다. 내가 만드는 건 작은 무대 위에 사람들이 '꿈꾸는' 혹은 '꿈과는 다른' 무언가를 구현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 일을 하며 느낀 흥미로운 점은 내가 무대를 통해 삶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화려한 무대 뒤의 분장실 풍경 같은 것들을 통해서 말이다.

눈부신 조명 아래 누군가의 삶을 치열하게 연기하던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면 무대를 내려와 얼굴에 드리워진 거짓 웃음을 지워낸다. 그리고 의상을 벗어 다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잘 손질해 걸어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극장에 와 옷을 입고 분칠하는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무대 위의 역할이 영원하다거나 자신의 본모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때때로 배우들이 매일 겪는 그 과정들이 어떤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드라마틱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꿈이라는 화려하게 포장된 가면이 벗겨지고 무대에서 내려와 마주할 모습은 거울 속의 벌거벗은 자신이다. 꿈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을 밀어붙일 목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가면 뒤의 진짜 나를 마주하고 나를 더 나은 무언가로 이끌 '신념'이 무엇인지부터 물어본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꿈은 쉽게 변한다. 삶을 변화시키는 건 꿈이 아니라 방향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큰 주제를 찾아야 한다. 긴 여행을 위해서는 지도가 아닌 별을 바라봐야 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 말들은 내게 하는 다짐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일도 꿈을 만들러 간다. 곱게 걸어둔 옷을 꺼내 입고 눈 속에 반짝이는 별을 품고서. 살아내고 또 살아내며 내가 태어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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