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스크린도어 날림 공사, 시민 안전 위협한 시공사 엄벌해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의 불량 시공이 확인됐다. 도시철도공사는 5일 2호선 12개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점검한 결과 비규격 앵커볼트가 전체의 85%에 이른다고 밝혔다. 5천228개 중 4천429개가 시방서에 규정된 제품에 비해 강도가 절반밖에 되지 않아 안전에 큰 문제가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또 스크린도어 도막(페인트 두께)도 규격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돼 총체적인 날림 공사로 드러났다.

강도가 기준보다 훨씬 떨어지는 앵커볼트를 사용할 경우 전동차가 내는 강한 바람에 스크린도어가 흔들리거나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 또 규정보다 얇은 페인트 두께는 화재나 부식에 취약하고 감전 사고 위험까지 있어 시민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날림 공사로 혈세를 축내고 이용객의 안전을 위태하게 만든 시공사 현대로템은 물론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시와 도시철도공사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공개 입찰을 통해 2호선 22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공사를 233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177억원의 일괄 하도급을 준 것이 드러나 '10개월간 공공기관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원청업체라는 이유로 5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날로 먹고도 행정처분에 불복해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당시 현대로템은 공사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진행한다는 점을 불복 이유로 내세웠다. 이번에 2호선의 부실 공사가 드러났는데도 과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인천, 부산 지하철 2호선, 김해 경전철 등 여러 곳의 스크린도어 공사를 맡아 1천억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 날림 공사가 과연 대구 2호선에 국한된 것인지도 의심이 간다.

대구시는 문제가 드러난 스크린도어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명령하고 현대로템을 형사 고소하는 등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대구시나 도시철도공사 모두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 공무원도 엄중 문책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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