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의 어느 날, 베트남 남부지역인 퀴논 인근 한 야산에 적의 대대급 병력이 주둔해 있다는 첩보가 날아들었다. 적들은 야밤을 틈타 산에서 내려와 평야 지대에 있는 마을에서 가족들과 접선해 식량과 무기 등을 가져가곤 했다. 이때 맹호부대(현재 수도기계화보병사단) 기갑연대 3대대 11중대 1소대장(중위)이었던 나는 밤에 내려오는 적을 매복, 섬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소대원들을 이끌고 적이 내려올 길목을 찾아 매복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사위는 고요하고 긴장의 시간이 계속 흐를 즈음, 2분대가 있던 지역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치열한 교전은 10분간 이어졌다. 다시 주위는 정적이 감돌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총으로 적을 사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보이지도 않는 적을 사살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그래서 적의 길목을 향해 미리 설치해두었던 크레모아 2발을 터트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큰 폭음과 함께 적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날이 밝아 수색해보니 적 1개 분대(9명)가 전멸해 있었다.
적 1개 분대 병력을 한꺼번에 잡은 일은 처음 있는 일. 1주일 뒤 이세호 주월사령관(중장)이 직접 내게 충무무공훈장을 목에 걸어줬다. 1970년 8월에 파월, 총 5차례의 전투에서 적 21명을 사살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건국대 재학시절인 1969년 ROTC 장교(7기)로 임관해 '남자로 태어나 국가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파병을 자원한 내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대구지방보훈청 나라사랑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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