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세계 각국 명사들을 모아놓고 성대한 서명식까지 치른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앞서 최근 8차례 여론조사에선 거의 매번 찬성 의견이 20%포인트가량의 격차로 우세해 무난한 가결이 예상됐던 것과는 판이한 결과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FARC 정책 강경파'인 우리베 전 대통령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FARC에 의해 피해를 겪은 이들과 평화엔 찬성하되 현 정부의 협상 내용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반대 의견이 결국 평화협정을 부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인근 소도시에 거주하는 마리아 고르디요(26)는 "과거 FARC 게릴라가 가장 많이 공격하고 침투했던 아라우카, 메데인, 부카라망가 등 지역에서 반대표 비율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며 "평화 자체에 찬성하는 의견이 여론조사에, 이번 협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국민투표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쟁 범죄를 자수한 FARC 조직원에게 실형을 면해주도록 한 평화협정의 조항이 가장 큰 변수였다. 국민투표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주도해 온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이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FARC 피해자들의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저조한 투표율과 찬성 측의 패배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북부 카리브해 연안 지대를 강타한 태풍 '매슈'의 영향도 컸다. 태풍에 따른 폭우로 북부 일부 지역에선 80곳이 넘는 투표소가 설치되지도 못한 가운데 투표율이 25% 정도로 극히 낮게 나왔다.
평화협정 발효를 위해 국민투표가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는 평화 협상의 파트너인 FARC도 반대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산토스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평화협정에 최고 수준의 정통성을 부여하고 반대파의 목소리를 일거에 잠재울 카드로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가 평화협정에 대한 지지, 반대 여부는 물론 산토스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도 띠면서 결국 산토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ARC 피해자 보상, FARC 점령 토지 분배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잠재적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산토스 대통령은 내전 종식에 직을 걸었다"며 "부결은 그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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