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상망치 어디 있나" 위치 몰라 피해 커져

사고 구간 노폭 좁고 내리막…과속차량 차선 급변경 잦아

14일 오후 서울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시내버스 내벽에 비상 탈출용 망치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시내버스 내벽에 비상 탈출용 망치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3일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불이 나 관광객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지점은 확장공사 때문에 갓길이 거의 없는 편도 2차로의 위험한 곳이다. 그럼에도 완만하지만 2㎞ 이상 내리막이 이어져 과속하기 쉽고, 내리막 끝 지점에 울산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연결돼 있어 수많은 과속 차량이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급히 차로를 바꾸는 지점이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을 불과 100여m 앞둔 곳으로 울산∼영천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울산 마지막 구간이다.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에는 현재 확장공사 때문에 공사지점과 고속도로를 구분하는 콘크리트 방호벽이 갓길을 차지하며 길게 늘어서 있다. 이 때문에 갓길이 2차로 바깥선 끝과 방호벽 사이 갓길은 아예 없거나 30∼40㎝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방호벽은 울산∼영천 고속도로 55.03㎞ 양쪽에 일렬로 세워놓아 운전자들은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큰 위협을 받는다.

대형 버스가 편도 2차로를 나란히 붙어 달리면 사이드미러가 부딪칠 정도로 노폭이 좁은 느낌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전 구간은 최고 제한속도가 시속 80㎞다. 이처럼 도로가 좁고 위험해 운전자의 부주의나 타이어 결함 등이 겹치면 대형 사고가 불가피하다. 갓길 방호벽도 사고를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 버스는 화염에 휩싸이는 순간 높이 1.5m의 방호벽과 버스 오른쪽 부분이 틈이 없을 정도로 붙은 채 멈춰 출입구가 막혀 관광객이 내리지 못해 인명사고가 컸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사고는 승객들이 차량 외부로 대피할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희생자가 많았다.

차문이 콘크리트 보호벽에 막혀 열리지 않고 버스 오른쪽에는 불길이 치솟아 유일한 탈출 방법은 왼쪽 유리를 깨고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비상망치가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쳤지만, 답이 없었다고 생존자들은 14일 전했다. 버스 앞과 뒤 승객이 잘 보이는 곳에 각각 2개를 둬야 하는 비상망치가 아예 없었거나 승객들이 비상망치가 있는 위치를 몰랐다는 얘기다.

창문이 강화유리로 돼 있는 우리나라 관광버스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 권재영 교수는 "승객들이 비상망치만 잘 활용했어도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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