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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지새운 '국왕 바라기'…태국 왕궁에 끝없는 애도 행렬

 왕세자,총리에게 최소 1년간 국장 원해"…1년뒤 왕위 승계 해석도(방콕 =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폐하께서 왕궁으로 돌아오신 14일부터 이틀 밤을 이곳에서 지샜습니다.하루라도 더 그분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서…"일요일인 16일 새벽 5시 30분.

 하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왕궁을 말없이 응시하던 수리야(54) 씨는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서거 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지난 14일 촌부리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왕궁 앞 도로에서 이틀 밤낮을 보내며 국왕의 극락왕생을 기도했다.

 그는 "엊그제 병원에서 왕궁으로 돌아온 폐하를 두고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았다.한 시간이라도 더 그분과 가까운 곳에 머물고 싶다"며 "내일이면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여기에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리야씨 이외에도 이날 왕궁 앞에서 밤을 지새운 이들은 수백 명이나 됐다.검은색 상복이 땀에 절어 하얗게 변해도 무릎을 꿇은 다리가 저려도,이들은 좀체 자리를 뜨지 않고 왕궁 쪽에 고정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전 7시.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어느새 수천 명으로 늘었다.조문 인파를통제하던 한 경찰관이 메가폰으로 자리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자 사람들은 사남 루앙 공원 옆으로 쭉 뻗은 4차선 도로에 정렬했다.

 그리고 이내 500m쯤 되는 도로는 인파로 뒤덮였고 이어 공원 담장을 안쪽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행렬이 생겨났다.

 오전 8시 30분 왕궁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경찰의 통제 하에 왕궁 입구 쪽에 있는 영접실로 향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조문 의식은 국왕의 초상화를 향해 절하고 곧바로 옆 방에 마련된 조문록에 이름을 적는 것이 전부다.

 국왕의 시신을 직접 볼 수도 없고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거나 묵념을 할 틈도 없는 짧은 조문이지만,조문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다.

 한 조문객은 "정신없이 지나간 조문이지만 국왕을 섬겨온 태국 국민으로서 할 일을 마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왕궁과 왕궁사원을 둘러싼 하얀색 담장 아래에는 그사이 조문객들이 바친 꽃다발이 빼곡히 들어섰다.

 한편,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후계자인 와치랄롱꼰(64) 왕세자는 국장(國葬)을 최소 1년 뒤에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전날 쁘라윳 찬-오차 총리와 장례 일정 등을 협의하면서 국왕에 대한 다비식까지 최소 1년간 국장이 지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위사누 크루어-응암 부총리가 전했다.

 위사누 부총리는 "왕세자는 국왕이 아직 살아계시다면서 당분간은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했으며,모든 것이 빨리 과거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왕세자의 발언을 왕위 승계와 연관 지어,1년 후에 왕위를 물려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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