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서울에서 경찰관을 사제 총기로 쏴 숨지게 한 성병대(46) 씨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 씨가 어떤 정신질환을 앓아 왔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에 2번의 성폭행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19일 범행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행적은 성 씨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하다.
가장 주된 장애 양상은 '편집성 성격장애'다. 이 장애는 다른 사람의 행동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비롯해 지속해서 불신과 의심을 품는 증상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씨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노인의 동영상과 함께 이 노인이 주변에서 잠복하며 자신을 음해하고 살인누명을 씌우려 하는 경찰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일반 시민의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이들을 자신을 감시하는 경찰이라고 의심하는 내용의 글은 이 외에도 다수다.
특수강간 피해자를 무고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2005년에는 교도소 직원의 비리를 법무부 등에 청원한 일로 교도관이 자신을 암살할 것으로 생각해 교도관의 목과 얼굴을 샤프펜슬로 찌른 적도 있다.
이렇듯 매사에 의심하고 불신하는 태도가 이어지면 자연스레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일 "자기가 잘못해 놓고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인위적 사고"라고 설명했다.
성 씨의 행동에서는 과대망상의 대표적인 패턴도 드러난다.
자신이 아주 위대한 인물이거나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여기는 증상은 성 씨가 극도의 반일 감정을 담아 독도 영유권 등을 소재로 펴낸 책에서 확인된다. 포털사이트 도서검색에 올라온 저자 소개에는 '한국사, 일본사, 군사학 등 여러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여러 전문 분야의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특정 문제를 통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런 형태의 자기소개를 대부분 저자가 직접 쓰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표현 역시 성 씨가 과대망상 증상을 갖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전문가는 성 씨의 잇따른 반사회적 행동과 범죄의 원인을 '관계 단절'에서 찾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자신을 '패배자'로 표현한 걸 보면 인생에 좌절 등이 많았을 것 같다"며 "정상적 인간관계가 완충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패배'에 고립되고 내재한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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