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5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만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집결해 도심을 가득 메웠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전날 박 대통령이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음에도 비판 여론은 오히려 격해지는 모양새다. 평소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까지 대거 거리로 나오는 분위기여서 대규모 집회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전국에서 촛불 물결 일어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참가자를 20만 명으로 추산했다. 집회 시작 시점에 5만 명이었다가 곧 10만 명이 됐고, 2부 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 30분쯤에는 20만 명에 달했다. 경찰 추산 인원도 4만5천 명으로 지난해 11월 민중 총궐기 집회 이후 가장 많았다.
참가자들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촛불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못살겠다 갈아엎자',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행진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촛불 물결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었다. 광주 금남로에서 민주주의 광주행동, 백남기 농민 광주투쟁본부, 사드저지 광주행동 등이, 울산과 제주에서도 민중 총궐기 각 지역위원회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대전지역 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수호 대전본부'도 이날 촛불집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부산역 광장에서는 91개 단체가 동참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에서 20만 명, 지역에서 10만 명 등 전국적으로 30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등 돌린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집회 합류
이날 집회에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격한 불만을 드러내는 발언과 구호가 이어졌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박 대통령 지지자였다가 이번 사태로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다. 경기 수원에서 부인과 함께 왔다는 서모(65) 씨는 "내가 찍어준 그 한 표 돌려받으려고 나왔다"라면서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분하고 못 참겠다. 내 평생 집회는 처음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복 차림 청소년들도 다수 참가했다. '중고생연대'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 단체와 함께 나온 중'고등학생 500여 명은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적극 참가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지만 이날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이 허용됐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서 각계 발언과 공연 등으로 구성된 2부 행사를 이어가다 오후 9시쯤 집회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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