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광하는 트럼프 지지자들…눈물 삼킨 클린턴 선거캠프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의 가장 화려한 행사장인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의 가장 화려한 행사장인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에 모여 있던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결과 클린턴의 패배로 나타나자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 수천 명 열광=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벅찬 감동 속에서 승리의 첫 밤을 보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 '힐튼 미드타운 호텔'의 연회장에서 8일(현지시간) 밤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대형이벤트가 열렸다.

개표 방송이 시작된 후 여론조사 등 각종 예측을 뒤엎고 트럼프가 승기를 잡아가면서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우세가 굳어진 오후 10시 이후부터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들은 '대통령 트럼프!' 'USA!'라고 함께 외치며 수십 개의 성조기가 줄지어 놓인 연회장 중앙 무대로 트럼프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9일 오전 2시 44분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부인, 자녀들과 함께 먼저 무대에 등장했다.

펜스 당선인은 "오늘은 역사적인 밤이다. 미국인은 새로운 챔피언을 선출했다"면서 "아주 겸허한 자세로 이 순간을 맞는다. 우리를 신뢰해주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아들'사위와 함께 오전 2시 47분께 등장했다. 지지자들의 박수에 호응해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먼저 공직에서 오랜 기간 일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이제는 분열의 상처를 감쌀 시점이다. 하나의 단합된 국민이 되자.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인근 트럼프타워에도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건물 내부의 바(bar)에 모여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했다. 지지자뿐 아니라 맨해튼의 회사원과 같은 옷차림의 사람도 다수였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모두 기분이 들떠 있다"며 열기를 전했다.

◆클린턴 지지자들 쓸쓸히 귀가=유리로 만들어진 미국 뉴욕의 가장 화려한 컨벤션센터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8일 밤 가장 음울한 장소로 변했다.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대형 이벤트가 준비된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의 무대와 조명은 이날 밤 클린턴이 모든 여론조사의 예측과 달리 충격적인 패배를 하면서 곧바로 철거됐다.

이곳에 모인 클린턴의 지지자 수천 명도 뿔뿔이 흩어졌다.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이날 오후만 해도 '클린턴이 결국 신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날의 대체적인 선거 예측이 여전히 유효했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고 그가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주요 경합 주(州)에서 줄줄이 패하자 떠들썩한 분위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고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TV 개표방송을 지켜보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일부는 그런 가운데서도 밝은 표정으로 함께 노래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함께 이끌어온 것을 자축했다.

클린턴은 가족과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맨해튼 중심가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씁쓸한 오바마, 업적 '흔들'=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백악관을 트럼프에 넘겨주게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씁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대선전에 오바마는 어떤 전직 대통령보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클린턴 구원투수로 나선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백악관을 공화당에 넘겨주고, 대법원도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되면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이민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상 등 8년 임기 중 쌓아온 자신의 업적들도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승리에 일조했던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이번 선거 눈에 띄게 식었고 젊은 층도 오바마와 클린턴을 별개의 정치인으로 여기는 등 오바마에게 두 번의 승리를 안겨줬던 유권자들은 클린턴을 외면했다.

실제로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9천70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출구 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투표자들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표를 던졌다는 응답은 21%,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이는 19%에 그쳤고, 55%는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데 오바마 대통령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결국 '킹메이커'가 되는 데에는 실패한 오바마는 내년 초 높은 지지율 속에 박수를 받으며 백악관을 나서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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