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까막눈이 이젠 손주와 편지 왕래" 한글교실 늦깎이 학생들 시집 출판

"일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한글을 깨치면서 배웠어요. 처음 배울 때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손주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뻐요. 시집까지 낼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안동 임하면에 사는 이순자(74) 할머니는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열어온 '찾아가는 한글 배달교실'에서 늦깎이 학생으로 한글을 배웠다. 이 할머니는 지난 12일 그동안 배운 한글로 직접 써내려간 시 '산골아이'를 선보이면서 "가난한 산골아이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다. 칠십이 훨씬 넘어 한글을 배우면서 병원도, 은행도 당당히 갈 수 있다. 이제야 눈뜬 세상이 아름답다"고 적었다.

12일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는 올해 '찾아가는 한글 배달교실' 늦깎이 학생들의 작품을 담은 '문해 인생의 글자꽃이 피어나다'라는 제목의 시집 출판기념회와 시화전이 열렸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해마다 성인문해 백일장에서 당선된 글만 시화집에 실리는 것을 부러워하던 어르신들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예산을 지원해 감동이 담긴 작품을 책으로 엮어 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진행한 '안동시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은 한글배달교실 학생 68명이 한글 교육을 통해 새롭게 피운 인생의 글자 꽃 이야기를 모아 2주간 전시한다. 이날 시화전 개막식에는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함께해 부모님의 작품을 감상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한글배달교실은 여느 평생학습사업보다 학습자 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체험활동과 영화관람, 문화탐방도 함께 진행했다.

김순자 안동시 평생교육새마을과장은 "이번 출판기념회와 시화전을 통해 시민들의 문해교육에 대한 참여 확대와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수료식은 오는 25일 갖는다. 시화전도 25일까지는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28일부터 12월 2일까지는 안동시청 현관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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