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군이 확 바뀐다]<9>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100대 피아노' '강정미술제' 지역 명품 문화행사로 갈채

지난 10월1일부터 이틀 동안 낙동강 사문진나루터에서 열린
지난 10월1일부터 이틀 동안 낙동강 사문진나루터에서 열린 '100대 피아노 콘서트'. 풍류아티스트 임동창, 소프라노 신영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국악인 송소희 등 국내외 최정상급 출연진이 출동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달성군 제공
'2016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작품-이상헌 어린시절

미국인 선교사 리처드 헨리 사이드보텀이 아내 에피의 피아노를 낙동강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들여온 지 100여 년이 지났다. 달성군은 그동안 사문진의 피아노에 스토리를 입히고 콘텐츠화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제 사문진은 대한민국 피아노의 '효시'이자 '고향'이 됐다.

여기에다 달성군이 한국 현대미술사의 큰 족적을 남긴 대구현대미술제를 33년 만에 부활시킨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역시 문화예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지난 1970년대 폐쇄적이고 자폐적인 예술이라고 외면당해야 했던 미술을 다중의 관객에게 개방하는 축제의 형태로 이뤄져 일반인에게도 친숙감을 더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100대 피아노 콘서트'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각각 낙동강 사문진의 주막촌, 강정고령보를 배경으로 하면서 우리나라 '블록버스터급' 문화예술행사로 성장해가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문화행사 '100대 피아노 콘서트'

우선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과연 100대의 피아노가 한 무대에 동시에 오를까 하는 약간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그 재미는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피아노 100대가 무대에 올려진 것은 아니었다. 제1회 때인 2012년도에는 99대로 시작했다. 그다음 해 달성군 개청 100주년을 기념해 상징적으로 100대의 피아노로 맞추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로 굳혀졌고, 매년 가을 연례행사로 진행된다.

말이 쉽지 10대도 아니고 100대의 피아노가 동시에 화음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0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집음기(集音機)를 통해 지휘자가 보내오는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실제 공연에서의 혼연일체를 위해 피나는 연습이 뒤따른다.

콘서트의 총지휘는 클래식, 국악, 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케이클래식의 대표주자인 풍류아티스트 임동창 씨가 5년째 맡아오고 있다. 100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임 씨가 행사 두 달 전부터 시작되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직접 뽑는다. 올해 100인 피아니스트는 더욱 엄정한 기준으로 선발됐다. 대학생 이상 피아노'작곡 전공자로만 한정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전국의 피아니스트를 모았다.

오디션에서 약간의 실수로 떨어진 연주자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면서 재심을 요청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합격한 연주자들은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피아노의 대가인 임 씨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100인 피아니스트 합숙 연습은 올해도 진행됐다. 작년에는 1박 2일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하루 더 늘어난 2박 3일이었다.

◆국내 정상급 음악인들 총출동 기량 발휘

제5회 100대 피아노 콘서트의 첫째 날인 10월 1일. 4회째까지는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날씨가 이날은 심술을 부렸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약간의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 것. 준비된 5천 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달성문화재단이 배부한 우의를 입고서 누구 하나 미동도 않은 채 끝까지 출연진들의 연주에 푹 빠져들었다.

첫 무대에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올랐다. 남성 5인조로 구성된 피아니스트들은 라데츠키 행진곡과 리베르 탱고로 서막을 열었다. 박종훈은 2009년 11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서는 최초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완주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달성 100대 피아노'와 업무협약을 맺은 '피아노 시티 밀라노'의 예술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리차르다 벨조이오조의 무대는 피아노로 문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달성군과 밀라노의 감성적 교류를 상징하는 깊이 있는 연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소프라노 이정아는 가을노래로 서정적이면서도 풍부한 성량을 자랑했고, 버클리 음대 선후배 관계인 슈퍼주니어 헨리와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연주를 통해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며 공인된 듀엣으로 이번에도 현장감 있는 협주를 펼쳤다.

◆대구의 대표 명품 축제로 인정받아

공연 둘째 날인 10월 2일에는 풍류아티스트 임동창과 100인 피아니스트, 소프라노 신영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국악인 송소희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정상급 출연진이 출동했다.

우리 음악을 세계에 홍보하는 문화홍보대사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는 국악인 송소희는 아리따운 미소와 상반되는 당차면서도 파워풀한 음성으로 우리 음악의 진수를 보여줬다.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소프라노 신영옥은 최근에도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격찬을 받는 성악가. 이번 무대에서도 그 기량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의 보리수, 마왕은 언어적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클래식의 깊은 소리를 울려 주었고, 연호하는 관객들의 앙코르에 아리랑으로 답해주기도 했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로 5만여 명의 관객들과 소통하는 축제로 성장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됐고, 대구시로부터도 그 대표성을 인정받아 총 2억원의 국'시비를 지원받게 됐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시에서 후원하는 피아노 축제인 'PIANO CITY MILANO'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33년 만에 부활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도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는 미술제로 성장하고 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1970년대 초 한국 현대미술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이어받아 33년 만에 부활,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축제로 거듭났다.

미술제가 개최되는 강정보 일대는 한국현대미술의 요람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퍼포먼스, 이벤트를 비롯해 획기적인 각종 현대미술과 대구의 예술적 실험정신을 꽃피우고 있다.

올해로 5주년을 맞은 '2016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지난 7월 15일부터 9월 18일까지 3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올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낮부터 밤까지 강정보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이번 미술제는 현대미술 속 공공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제시, 낯선 미술을 친근하게 접근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돋보이는 작품이 다수 선보였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숫자 '5'였다. '5'는 과거 예술가들의 열정을 이어받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 5회째를 성공적으로 맞이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를 돌아본 후 앞으로의 비전을 발견하고, 현재 한국미술의 흐름 안에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확인하기 위한 뜻도 내포돼 있다.

◆현대미술사에 족적 남기는 미술제로 성장

이번 미술제에는 국내외 작가 28명이 참여했다. 1970년대 중반 한국 현대미술사의 전환점이 됐던 '대구현대미술제'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이명미 작가는 강과 강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강정에서 연인끼리, 가족끼리 서로 가슴으로 나눌 하트가 담긴 택배 상자 작품 '당신에게: 나로부터'를 선보였다.

곽훈 작가는 공존할 수 없는 공존이 주는 긴장감과 기성품의 시각적인 에너지를 담은 작품 '무제'를, 이성웅 작가는 고래를 통해 인간의 삶을 생각해 보는 작품 '흰수염고래'를 내놓았다. 김학제 작가는 디지털시대에 인간애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 '미래서정-인류보고서'를, 김기조 작가는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12지간으로 표현한 작품 '세상사'를 전시했다.

스틸을 이용해 자연의 힘에 대한 찬양, 은유적 방법을 이용한 상호소통과 장소 특정적 작업을 하고 있는 일본 작가 리에 가와카미 작가는 빛에 대한 고찰을 담은 '관점의 빛'을, 유헤이 히가시가타 작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 사이를 연결하는 작품 '다리'를 선보였다. 독일 작가 게오르크 클라인은 사운드를 이용한 설치작품 '통일의 소리가 들리는가?'를 내놓았다. 

한편 달성군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일부를 사들여 군청사, 사문진주막촌, 화원동산, 뿌리광장, 송해공원 등지에 설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3년 'Please Sit Down'(이명미 작), 2014년 '피노키노의 항해'(김봉수 작)' 'Hi nice to meet you'(조대원 작)''바람'(조숙진 작), 2015년 '코뿔소는 왜 밀림에서 쫓겨 났을까?'(이이남 작)''고적'(김기조)''포식자'(권재현 작)''너와 나'(슈판 피아오) 등의 작품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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