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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함께] 그리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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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1945~ )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시인은 내가 사는 동네의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국어선생님으로 근무하셨다. 시를 쓰기 위해 서울에 갓 올라온 내가 첫 살림을 차린 동네였다. 발이 차갑고 눈이 차가워지면 나는 혼자서 그 학교의 교정을 걷곤 했다. 그가 그 학교의 교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후의 일이지만 저물 무렵 교정의 나무 아래 앉아 계시는 한 사람을 가끔 보았다. 나는 멀리서 그가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인사는 해보지 못했다. 그가 앉아 있는 나무에게로 가까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 나무와 시인은 정을 주고받은 사이 같았다. 언어가 나타나지 않으려고 하는 자리에 그의 시는 늘 순연하고 영롱하게 자리한다. 좋은 시는 이렇듯 슬며시 언어 옆에 비켜서 있다. 그곳에서 퇴임을 하실 때까지 그는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셨다고 들었다. 그의 교정을 드나들었으니 나도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인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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