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포함한 퇴진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겼다. 이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 제안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이다. 받아들인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퇴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예정대로 2일 또는 늦어도 9일 탄핵안 의결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탄핵은 가결이든 부결이든 그 정당성을 놓고 심각한 국론 분열이 야기될 수 있어 마지막 카드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핵에 앞서 박 대통령의 퇴진 문제를 놓고 여당과 협상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지난달 30일 회동해 '박 대통령의 조건 없는 조속한 퇴진'과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다시 회동했으나 기존의 입장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1일 다시 만나기로 해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퇴진 문제를 국회로 떠넘긴 것은 야당의 의심대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을 계산한 '꼼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것만은 아니다. 협상 거부는 '꼼수' 여부를 떠나 야당이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탄핵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서도 협상 거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대통령의 제안은 야권이 먼저 낸 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권 대권주자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 질서 있게 퇴진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 바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때문에라도 야당은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합의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합의가 불발되면 탄핵에 들어가면 된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도 일단 8일까지 여야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협상을 못할 이유가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