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판도라' 흥행에 심기 불편한 한수원

상영 첫날만 15만명 관객몰이, 원전 폭발·방사능 유출 담아내

9'12 경주 강진으로 멈춰선 월성 1~4호기가 발전을 재개(본지 12월 6일 자 2면 보도)한 하루 뒤인 7일 개봉한 원전재난영화 '판도라'가 돌풍을 일으키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가 "원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월성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원전 안전에 큰 관심이 없던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주목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영 첫날만 15만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반도에 유례없는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해 40년 넘은 노후 원전이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실제 발생한 경주 규모 5.8 지진과 노후 원전이 오버랩되며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규모 6.5~7.0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비롯, 만일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노후 원전인 월성1호기의 격납건물 누설률이 기준보다 높고 380개의 압력관 내진설계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또 경주 일대 활성단층 63곳을 정밀 조사하고 월성원전 내진성능을 7.0으로 보강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지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도"너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달 14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주 여진도 영화가 그리는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사고로 입는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영화 속 상황이 실제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월성원전의 안전수준을 크게 강화했고, 추가안전대책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은 영화에서 가정한 규모 6.1 지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사고 등을 직접 목격한 이후 국민들이 갖는 원전 불안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안전 관련 사안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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