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아름다운 마무리-사랑과 용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시작과 끝이 보인다. 세밑 거리마다 축제의 등이 걸리고 새해가 오고 있다. 매월 참가하는 사찰순례는 가본 곳과 가보지 못한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동지 가까운 겨울은 밤이 길다. 그래서 책 읽기에 더욱 좋다. 밤이 깊어지면 혼자 있어서 호흡을 더 깊게 한다. 진정한 신앙은 자기에서 시작하여 더 나아가 사회에서 완성되어진다. 자기에게서 멈춰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배반의 어리석은 시대에는 우리는 더 큰 용기와 열정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법정 스님을 만나면 아름다운 친구가 되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며 꼭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당부하셨다. 우리들 모두는 시간 안에서 살며 역사적인 존재로 돌아간다. 오늘의 삶은 어제의 결과이다. 두 분의 공덕과 향기에 옷깃을 여미며 시대를 같이한 인연에 머리를 숙였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눈이 부시게 푸른 만남이었다.

겨울 총림(叢林)의 숲은 모든 잎사귀를 떨구고 동물들과 나무들은 겨울잠을 준비한다. 긴 겨울 봄이 올 때까지 바람과 고독을 견뎌 내야 할 것이다. 강과 산은 본래 그대로 주인이 없어서 그것을 보고 느끼며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주인이다. 요즘처럼 들려오는 소리가 우울하고 불행한 뉴스들에 갇혀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은 우리가 심은 결과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것은 한순간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 근원을 찾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강화해서 시작해야 한다.

황제의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모든 일의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둘째 나와 함께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셋째 모든 때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와 황제의 질문이다. 톨스토이는 성자이며 보살로도 불렸다. 세상에는 가장 중요한 때가 한 번밖에 없다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당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 바로 내 눈앞에 있다. 친구이며 가족이며 이웃이 중요한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어떻게 해야 지금 이 순간을 100%로 잘 살 수 있을까?

"땅과 가까이 살고, 명상을 할 때에는 마음 깊숙이 들어가고 다른 사람과 사귈 때는 온유하고 친절하라. 진실되게 말하고 정의롭게 다스리라. 일 처리에 유능하되 행동으로 옮길 때를 살펴라." 진실은 허구를 감내하며 이 세상 한구석에 그러한 한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각찰하는 일이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생명의 불꽃을 타 올리며 뜨거운 사랑의 깊은 의미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은 순간순간이 마무리가 되어 시작된다. 지금은 작별할 때이다. 낡은 습관을 버리고 거듭나서 새롭게 시작하자. 그래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 시절임을 아는 것이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 번 지나간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일을 자세히 살펴, 잘 알고 익히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아함경 말씀이다.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익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현재에 대한 일에 잘 알고 익히라는 말씀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앞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하는 상관관계에 있으며 그 관계는 원인이 되는 조건들의 연결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그 조건들이 없어지면 존재들도 소멸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자비심을 실천할 때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큰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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