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발표한 '진주만' 메시지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고, 아베 총리가 이날 구(舊) 일본군이 기습 공격을 했던 진주만을 답례 형식으로 찾아 '화해'를 연출한 것은 일단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진주만 공습 등 일본의 2차대전 가해 책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사죄는 물론 반성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2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당시 연설을 마친 그와 포옹했던 히로시마시 역사연구가 모리 시게아키(森重昭'79) 씨는 "지금까지 진주만은 양국 간 증오의 상징이었다"며 "이번 방문으로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진주만 공습에 참가했던 구스노키 유(楠木優'94) 씨는 히로시마현 자택에서 TV로 중계되는 아베 총리의 연설을 지켜본 뒤 "역시 저 전쟁은 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화해를 강조한 데 대해서는 "용서하고, 서로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방문으로 과거 청산이 진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진주만 공습에 동원됐던 항공모함 히류(飛龍)에서 정비병으로 근무했던 다키모토 구니요시(瀧本邦慶'95) 씨는 아베 총리가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부전(不戰)의 맹세'를 언급한 데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안보관련법을 강행 처리하고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한 뒤 "실제로는 전쟁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것을 감추려는 감언이설에 속으면 안 된다"며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눈물 흘리는 것은 국민이다. 두 번 다시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이사장은 "일본이 전쟁을 한 아시아 국가들에도 이번 미국에 한 것과 같이 위령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원폭단체협의회의 이사장인 사쿠마 구니히코(佐久間邦彦'72) 씨는 "일본이 전쟁의 계기를 만든 점은 사죄했어야 했다"며 "그래야 비로소 '미래 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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