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앙성 복선화 공사 민원 속출] "설계에 있는 우회도로 개설 않고 트럭 마을 관통"

군위군 고로면 곳곳에는 중앙선 복선전철화 제11공구 공사 현장에서 나온 암석과 토사 수백t이 쌓여 있고, 바람이 불면 비산먼지 등이 날리고 있으나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군위군 고로면 곳곳에는 중앙선 복선전철화 제11공구 공사 현장에서 나온 암석과 토사 수백t이 쌓여 있고, 바람이 불면 비산먼지 등이 날리고 있으나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중앙선 복선전철화(충북 단양읍 도담리∼영천) 경북구간 공사 현장 곳곳에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행사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주민 불편만 커지고 있다.

◆날림 먼지 탓에 빨래도 못 널 지경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 제11공구는 포스코건설이 맡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3년 2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해당 공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공사구간 내에는 군위군 고로면 화북2리 터널 공사도 포함돼 있다. 포스코건설이 입찰받을 당시 설계에는 이곳 터널 공사와 관련, 사토와 암석 운반을 위한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공사에 들어간 지 2년가량 흘렀지만 포스코건설은 우회도로를 개설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암석 등을 실은 대형 덤프트럭이 하루에 수백 차례 화북2리를 관통하는 농어촌도로를 오가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게다가 터널 공사 현장 바로 옆에는 암석과 사토가 수백t이나 쌓여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먼지가 심하게 일어나 인근 주민들은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 폭염 속에도 제대로 창문을 열지 못했고, 집 밖에 빨래도 제대로 널 수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먼지 때문에 민원이 일자 포스코건설 측은 수조차를 동원해 마을을 지나는 도로에 물을 잔뜩 뿌려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포스코건설 현장 관계자는 "설계 당시 화북2리 농어촌도로가 비포장이어서 터널 공사를 위한 우회도로 개설을 설계에 반영했다. 그런데 시공팀이 2015년 초 화북2리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도로가 포장돼 있어 우회도로를 만들지 않고 현재까지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초 감리단에 우회도로 개설 취소를 위한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감리단과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12일 본지 기자가 제11공구 한국철도시설공단 감독관 사무실을 찾았지만 감독관은 자리에 없었고, 감리단은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허락 없이는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홍보팀에 물어보라"면서도 "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농어촌도로가 비포장(?), 미심쩍은 포스코건설 해명

같은 날 군위군에 확인한 결과, 화북2리 농어촌도로 2.2㎞ 구간은 노폭이 6∼8m로, 군위군이 2006~2015년 사업비 24억7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총사업비 24억7천만원 중 6억원은 관련 법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가 지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09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 후 2012년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턴키방식으로 4개 공구 설계를 착수했다. 11공구 턴키입찰은 2013년 2월에 결정됐다.

화북2리 농어촌도로는 총 2.2㎞ 구간 중 5차 공사분 440m만 남겨두고 2013년에 이미 완공됐다. 입찰이 결정될 무렵엔 이미 농어촌도로의 대부분 구간이 포장돼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설계 당시 비포장도로여서 우회도로 개설을 설계에 반영했다'는 포스코건설 측 해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포스코건설은 턴키입찰을 위해 화북2리 구간을 설계한 후에는 군위군은 물론 화북2리 농어촌도로 건설 현장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한편 화북2리 주변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사토 야적장과 농어촌도로를 이용하는 대가로 마을 주민에게 수억원을 전달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군위군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중앙선 제11공구 화북2리 터널 공사로 농어촌도로가 파손되는 등 엉망이 되고 있다는 민원이 있다. 조만간 포스코건설과 도로 보상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했다.

앞서 화북2리 터널 공사 현장에선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포스코건설 협력사인 정희이앤씨가 덤프트럭 운전기사들을 터널 밖으로 대피시키지 않고 화약 발파를 강행해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지난달에는 화약 발파로 터널 안에서 대기 중이던 덤프트럭 운전기사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후 덤프트럭 운전기사들은 단체로 경찰에 진정하는 사태(본지 2016년 12월 23일 자 12면 보도)로 이어졌다. 현재 화북2리 터널 공사는 정희이앤씨가 철수하고,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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