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eat는 집] 겨울 인기 보양식 '장어'

찬바람 맞고 살 올라…여름에만 먹는 건 편견

"여보, 나 장어 먹고 왔어."

저녁 약속이 장어음식점으로 잡힌 날, 귀가 후 아내에게 던지는 농담이다. 장어가 스태미나(stamina)에 좋다고 익히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양학에선 활력(vigor)이나 지구력(endurance)을 높인다고 한다. 속설로 장어 꼬리가 좋다고 해 눈치를 보면서, 바싹 익힌 꼬리에 젓가락을 댔다.

장어는 흔히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겨울에 먹어도 손색이 없다. 장어는 겨울을 나고자 가을부터 살이 오르기 때문에, 맛이 더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A가 피로를 풀어주고, 거칠어진 피부를 보호한다. 또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피를 맑게 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특히 겨울에 자주 발생하는 중풍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에 겨울에 장어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통가에선 먼저 알아보고, '겨울 보양식'이란 이름으로 장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치어 어획량이 늘면서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한 덕도 봤다.

장어는 뱀장어(민물장어)와 먹장어(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바닷장어)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뱀장어는 '풍천장어'가 이름이 나 있다. 풍천은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을 흐르는 '선운천'을 일컫는다. 풍천이란 이름은 밀물 때 서해 바닷물이 풍천으로 밀려오면서 바람까지 몰고 온다고 붙여졌다. 이곳에서 잡힌 장어가 맛있다고 소문이 퍼지면서 풍천장어라는 브랜드도 생겼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뱀장어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 2010년 일본이 세계에서 첫 번째로 성공한 것에 이은 쾌거이다. 일본은 인공 실뱀장어 생산에 성공한 지 8년 만에 완전 양식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는 2012년 인공 실뱀장어를 생산한 지 4년 만에 성공했다. 뱀장어 완전 양식 성공으로 시중가가 내려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뱀장어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숯불에 구워 먹는 먹장어도 별미다. 흔히 눈먼 장어로 불리는데, 바다 깊은 곳에서 살면서 눈이 퇴화해 붙여진 이름이다. 죽은 물고기 등 유기물을 먹고 살고, 껍질을 벗겨놓아도 수시간을 꿈틀거릴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붕장어는 뼈까지 씹어 먹는 회가 고소하다. 탈수기로 수분을 제거하고 먹는다. 척추는 기름에 튀겨 안주로 먹고, 머리와 내장은 탕을 끓여 먹는다. 구이도 입맛을 돋우는데, 살을 씹다 보면 단맛이 입안에 스민다.

'뱀장어 눈은 작아도 저 먹을 것은 다 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눈이 작아도 자기가 봐야 할 것은 다 본다는 뜻으로, '먹을 것을 잘 찾아 먹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또 몸집이 작아도 똑똑하게 제구실을 다 한다는 의미도 있다. 기력이 약해지는 겨울, 똑똑한 '뱀장어처럼' 장어 음식을 챙겨 먹자.

◆대구 수성구 '풍천장어'

#고창 뱀장어 복분자 술과 찰떡궁합

뱀장어는 전북 고창에서 가져온다. 1㎏을 주문하면 두세 사람이 넉넉히 먹을 수 있다. 2015년 11월 문을 연 김준옥(63) 대표가 주방에서 직접 손질을 한다. 전기로 뱀장어를 기절시킨 다음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다. 10분 정도 초벌구이를 한 후 30~40㎝ 길이에 아이 팔뚝만 한 굵기의 장어를 불판에 올린다. 직원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노릇하게 구워준다. 복분자(1만원) 술과 함께하면 더욱 좋다.

1주일 동안 식당에 들어오는 뱀장어는 100㎏가량이다. 고창 갯벌에서 잡은 실뱀장어를 직접 키우기 때문에 100% 국산이다. "외국에서 치어를 들여와 키우는 뱀장어와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이야기다. 11개 테이블의 작은 식당이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걸쭉한 장어탕은 비교적 저렴한 5천원에 내놓는다. 포장을 해갈 경우에는 1만원을 받는다. 상차림 비용으로 1인당 3천원을 별도로 받는다. 문은 오후 3시부터 11시 30분까지 연다.

-대표메뉴: 장어구이 1㎏(2~3인분) 5만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상록로 35-1

-전화번호: 053)752-7748

◆대구 동구 '좋은친구들'

#숯불 위에서 꿈틀대는 먹장어 일품

동촌유원지 한쪽의 숨은 맛집이다. 카페와 주점이 밀집된 구역과 떨어져 있지만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부부가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이 집은 숯불 위에서 꿈틀대는 먹장어가 일품이다. 껍질을 벗긴 선홍색 먹장어가 노릇하게 익으면, 쫄깃하면서 비린내 없이 담백한 맛이 난다. 겉만 살짝 익히고 속은 회로 먹는 것도 좋다. 먹장어는 부산에서 가져온다.

숯불구이 외에 양념 볶음과 조개구이도 맛볼 수 있다. 새우 소금구이도 팔기 때문에 친구들과 술 한잔하기에 제격이다. 파전과 두부김치, 골뱅이무침 등 메뉴가 다양한 편이다. 이곳 사장은 "너무 알려져 손님이 많이 와도 고민이다. 먹장어를 일일이 다듬어야 하는데 손님이 많으면 주문이 밀려 결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골에게는 팥 크기의 먹장어 쓸개를 소주에 푼 일명 '쓸개주'를 내놓는다. 테이블이 10개 남짓하고, 오후 5시 이후에 문을 연다.

-대표메뉴: 먹장어 숯불구이 1인분 1만4천원

-주소: 대구 동구 효동로2길 80

-전화번호: 053)957-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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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볼 만한 장어 음식점

♣대성장어

-넓은 주차 공간과 큰 방이 완비된 민물장어 음식점

-대표메뉴: 장어구이(200g·3만2천원), 장어죽(1만8천원)

-주소: 달성군 하빈면 하목정길 53

-전화: 053)581-3700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삼수장어

-한방·와인·허브장어 등 다양한 메뉴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장어 음식점

-대표메뉴: 삼수명품(1㎏·18만원), 장어덮밥정식(1만5천원)

-주소: 수성구 무학로 123

-전화: 053)781-3300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만수정

-장어가 통째로 들어가는 장어탕 전문점

-대표메뉴: 장어탕(1만7천원) 장어양념구이(1마리·3만5천원)

-주소: 동구 단산길 7-13

-전화: 053)985-1814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남강장어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민물장어 전문점으로 독특한 양념과 비법으로 소문이 났다

-대표메뉴: 민물장어구이(1㎏·13만5천원), 장어탕(9천원)

-주소: 달서구 화암로 378

-전화: 053)633-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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