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요즘 검찰이 초비상이다. 검찰 역사상 가장 큰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과는 완전 다른 국면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이유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때문. 몇몇 대선주자들이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건 차라리 낫다. 발등의 불이 아니고 타협의 여지도 있다.
더 급한 건 국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공수처는 급물살을 탔다. 비록 새누리당의 반대로 1월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지난 20일 법사위에 공수처 신설 법안 심사를 위한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 4당 의석수가 3분의 2를 넘기 때문에 법안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법이 야당안대로 통과되면 현재 검찰은 사실상 반쪽 기구가 된다. 대통령 친인척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검사, 판사 등은 모두 공수처가 수사한다. 설령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하더라도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 더 죽을 맛은 공수처가 기소권과 공소유지권까지 갖는다는 것. 경찰과 수사권 일부를 나누는 것에도 펄쩍 뛰던 검찰이고 보면 기소권을 공수처와 나눠 갖는다는 것은 차라리 죽으라는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은 검찰 스스로 초래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 때부터 검찰권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여야 이견이 없다. 검찰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초기, 사건을 형사부 검사 2명에게 맡겨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현직 고검장을 팀장으로 해 출범했던 우병우 특별수사팀은 126일 만에 손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우병우 소환 조사 때는 검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스트레칭하는 모습이 보도돼 검찰에 망신살이 겹쳤다.
현재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광폭 행보를 보이는 박영수 특검이 출범할 빌미도 검찰이 제공했다. 그러니 공수처 신설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출범한다고 고위공직자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공수처는 박영수 특검 같은 조직을 상설화시킨다는 얘긴데, 인력'정보 수집'장비 확보 등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갖추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검사를 수사하면서 검찰 장비와 인력에 의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야당안대로라면 공수처는 김영란법 위반자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조직의 비대화가 불가피하다.
국회의원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수사를 해야 한다. 처장은 국회 출석이 의무화된다. 국회 통제 아래 놓이므로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도 크다. 하급직을 수사하다 보면 고위직이 걸려들 수 있다. 고위직과 연루된 하위직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인 비리와 연루된 고위직은 누가 수사하고 기소할 것인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게 된 공수처에 대한 감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검찰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자. 검찰총장과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검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장과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기에 검찰은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다. 선출된 검찰 수장이 국민의 통제 아래에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정권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들에서 직접선거로 검찰총장을 선출한다.
정권으로부터도 독립된 막강 검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는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검사비위조사처'를 만들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직선으로 뽑힌 검찰총장과 검사장에 대한 견제 수단만 잘 갖춘다면 막대한 예산 투입과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공수처보다는 훨씬 효율적인 기구가 될 것이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은 지방분권 취지와도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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