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 수상] 아내 예찬

우하영 시니어 기자
우하영 시니어 기자

국어사전에 아내를 지칭하거나 호칭하는 단어가 예상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고유어인 아내(1)는 결혼한 여자를 그 남편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인데요. 특히 그중에는 인정스럽고 구수하고 잔재미가 넘치는 우리말이 적지 않아 거듭 놀라게 됩니다. 여보(2)는 부부간에, 당신(3)은 부부간이나 사랑하는 사이에 서로를 일컫는 말입니다. 아주머니(4)는 자기 또래가 되는 사람의 아내를 친근하게 일컫는 말입니다. 아주머님(5) 하면 높임말, 아주미(6) 하면 낮춤말이 되지요. 또 지어미(7)는 웃어른 앞에서 자기의 아내를 낮추거나 혹은 남편이 있는 여자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인데요. "할아버지, 지어미는 시장에 갔습니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이 집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은 다름 아닌 당신, 집안을 꾸려 나가는 주되는 사람의 뜻을 지닌 임자(8)는 나이 지긋한 부부간에 남편이 아내를 이르는 말입니다. "임자, 그동안 참으로 고생이 많았소. 내일은 친정에나 다녀옵시다"처럼 쓰는데 정감을 자아내기엔 이를 데 없이 딱 좋은 말이지요. 그 뿐 아니라 딸린 무리와 가정을 돌본다는 뜻의 권속(眷屬'9), 가속(家屬'10), 가권(家眷'11)은 남 앞에서 자기의 아내를 겸손하게, 아내란 뜻을 지닌 가실(家室'12)과 집(13)은 자기의 아내를 점잖게 이르는 말인데요. "집에서 좋다고 하면 함께 가겠습니다"와 같이 사용합니다. 안식구(14)나 집에서 부인들이 거처하는 곳을 뜻하는 안(15)은 아내의 낮춤말이고 안사람(16)은 자기의 아내를 예사롭게 또는 낮추어 이르는 말인데요. "제 안이 그렇게 했습니다." 또는 "집안일을 안식구에게 맡기다"처럼 씁니다. 이른바 지체 높은 사람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영부인(17)에 비해 남을 높여 그의 아내를 일컫는 말들이 꽤 많은데요. 부인(夫人'18), 귀부인(19), 영규(20), 영실(21), 안방의 어진 사람이란 뜻을 지닌 현합(賢閤'22)과 합부인(閤夫人'23), 내상(內相'24)등입니다. 이 중 집안의 얼굴 또는 집안의 재상이란 뜻을 지닌 내상이란 말이야 말로 이 시대 부인들에 대한 최고의 호칭으로 명명(命名)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 아내를 달리 처(妻'25), 각시(26), 내자(內子'27), 집안사람(28)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화룡점정은 아내를 허물없이 일컫는 말, 바로 그 말, 마누라(29)가 아닐까요? 사전 또는 일설에 의하면 마누라의 어원은 옛날 임금이나 그 가족 및 고관대작 등을 일컫던 마노라(30)라는 극존칭에서 유래된 것임을 참고삼아 말씀 드립니다.

#우하영 시니어 기자

약력: KBS 우리말겨루기 635회 최종 우승

포부: 다양한 우리말로 실버층의 심금을 울리고 웃기고 뒤흔드는 독특한 기사를 전하겠습니다.

다루고 싶은 소재: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우리말에 담긴 뜻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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