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형산강 수은 오염에 대한 생각

최근 포항 형산강 수은 오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수은은 그 물리화학적 특성상 그 어떤 다른 중금속들보다 물 환경에 존재하는 입자, 예를 들어 물에 떠다니는 토사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퇴적물에 매우 강하게 들러붙는다. 따라서 자연계 물 환경에서 물 시료를 채취해 수은 농도를 측정해 보면 대부분 1ℓ당 ng(나노그램; 10억 분의 1g)이라고 하는 단위를 쓰는 극미량의 농도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마심으로써 체내로 들어오는 수은의 양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입자에 강하게 들러붙는 수은의 특성상 물 환경 바닥의 퇴적물에서 높은 농도의 수은이 발견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퇴적물의 경우 약간의 혐기성 환경이 조성되기 쉬운데, 그런 경우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메틸화가 되어 메틸수은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 메틸수은은 독성이 매우 높고, 생물체에 농축이 매우 잘 된다. 그러나 그 농도가 물에서는 역시 매우 낮아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을 마심으로써 위해성이 있을 정도의 메틸수은을 섭취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메틸수은은 생물농축 및 생물증폭 현상에 의해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면서 그 농도가 지수적으로 증가하여 어패류, 특히 물 환경에서 존재하는 상위 포식자에는 고농도의 수은이 농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큰 생선, 예를 들어 바다의 경우 참치나 상어 등에는 고농도의 수은이 농축될 수 있고, 그러한 생선을 다량으로 매일 장기간 섭취하면 수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외에서는 물 환경이 수은으로 오염돼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물에 존재하는 수은 농도를 측정하기보다는(농도가 너무 낮아서 분석하기 어려울뿐더러 물을 섭취하여 위해성이 나타나기는 어려우므로) 어패류에 존재하는 수은 농도를 측정해 판단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수은의 특성을 살펴 형산강 수은 오염에 대한 위해성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일단 오염이 발견된 지역의 퇴적물에 존재하는 패류(재첩)의 섭취를 제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생선 중에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생선들에 대한 지속적인 수은 모니터링을 수행하면서 오염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한 국내외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높은 농도가 검출된다면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현재 포항시에서는 형산강 정화를 위해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여러 가지 사업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는 이미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정화 사업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섬세하게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급한 마음에 충분한 조사나 연구 없이 진행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항의 젖줄이자 자랑이며 모든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놀이터인 형산강을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엄청난 사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수질 기준이 허용하고 적절한 위해성 평가를 통해 안전하다는 판단이 있다면, 형산강에서 레저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형산강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레저 활동으로 인해 오염이 가중되지는 않은지 선례를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형산강 오염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솔직하게 시민들과 공유하는 안전장치가 형산강 개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번 수은 오염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포항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형산강을 아름답게 가꾸고 사람-환경-생태가 공생하는 세계 어디에 내놓더라도 자랑스러울 수 있는 강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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