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의 달성공원 향나무
광복의 기쁨 담긴 평광동 소나무
◆항일과 광복의 역사
나무에 담긴 또 다른 역사가 있다. 바로 일제 침략과 항일 그리고 광복이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300년 만에 나라는 다시 위기를 겪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이뤄지면서 대한제국의 통치권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임란의 의병처럼 항일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구 중구 신명고등학교 교정에 이를 말해주는 나무가 있다. 3'1운동 민족대표였던 이갑성(1886~1981) 선생이 1975년에 심은 향나무이다. 어른 키보다 조금 컸다. 아직 잎을 내지 못한 다른 나무에 비해 푸른 잎이 도드라졌다.
이 선생은 33살이던 1919년 독립선언서에 최연소자로 서명했다. 청년층을 대표했다. 광복 후 광복회 회장과 이준열사기념사업회 총재, 삼일동지회 고문 등을 지냈다. 민족대표 33인의 마지막 생존자로 여생을 마쳤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초기에 독립운동을 했지만 이후에 창씨개명을 하는 등 친일행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씁쓸한 역사가 담긴 나무도 있다. 중구 달성공원 중앙의 가이즈카향나무 두 그루. 1909년 순종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물어에 따르면 순종과 이토 히로부미가 달성공원에서 함께 기념식수를 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1907년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이 발생하는 등 독립운동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나무는 광복의 기쁨을 함께했다. 동구 평광동의 '광복 소나무'. 광복과 관련한 기념물 중 소나무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1945년 8월 15일 단양 우씨 집성촌 청년들은 문중 재실인 첨백당에 소나무를 심기로 합심했다. 광복의 기쁨을 조상에게 알리고 후손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인근 산에서 어린 소나무 세 그루를 옮겨와 심었다. 논의 갯돌을 가져와 '檀紀(단기) 4278. 8. 15. 解放記念(해방기념)'이란 글씨를 새겼다. 두 그루는 죽고 한 그루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작은 마을에까지 전해질 만큼 광복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나무를 보며 짐작할 수 있다.
퇴계 강론 기념하는 느티나무
사문진 500년 지켜 온 팽나무
◆퇴계와의 인연, 사문진의 역사
나무는 학문을 상징한다.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1501~1570) 선생과의 인연을 간직한 나무가 있다. 수성구 성동 고산서당의 느티나무이다. 퇴계 선생이 이곳을 찾아 강론을 벌였고, 이를 기념하고자 심은 나무로 추정된다. 정확한 식수 연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에서 퇴계 선생의 흔적이 확인된 곳은 현재까지 고산서당이 유일하다.
고산서당에 들렀다면 수성구 파동의 무동재를 빼놓을 수 없다. 대구의 하나뿐인 퇴계학 계승자 전경창(1532~1585) 선생이 학문을 닦던 계동서원 자리이다. '대구 유학은 전경창 선생으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무동재 입구에 있는 10여m 높이의 팽나무가 선생의 학문과 업적을 짐작게 한다.
예술의 한 자락에도 나무가 있다. 달성 사문진 선착장의 팽나무이다. 이곳은 이규환(1904~1982) 감독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의 배경이다. 대구 출신인 이 감독은 1932년 이 영화로 데뷔했다. 나운규의 아리랑과 함께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우리 영화로 손꼽힌다. 뱃사공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철교, 딸을 겁탈하려는 철교 기사, 그와 다툼 중에 불 속에서 딸이 목숨을 잃고 뱃사공 자신도 기차에 치여 죽는 이야기이다. 임자 없는 나룻배는 잃어버린 나라와 핍박받던 민중을 상징했다.
사문진은 조선시대 무역의 중심지였다. 수운을 이용해 쌀과 소금, 생선 등 생필품을 유통했다. 수령 500년의 팽나무는 사문진의 역사와 함께했다. 홍수 때는 선박을 묶어 놓는 역할을 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사라질 뻔했지만, 2013년 주막촌 복원과 함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웅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은 "'생명 문화재'인 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무 사랑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운영위원은 "수종마다 선대가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며 "이를 발굴해 보호수로 지정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이 높아져 나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 동쪽에서 시작해 중구를 거쳐 달성군에 이르는 답사 코스다. 출발은 경북 경산과 인접한 고산서당이다. 내비게이션에 고산서당을 입력하면 위치가 나온다. 주변 과수원의 봄꽃도 아름답다. 답사지 중에 옻골마을과 달성공원, 사문진 선착장(화원유원지) 등은 나무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다. 전통한옥마을과 동물원, 유람선, 주막촌 등이 있다.
짧게 나눠서 방문하고 싶다면 1~4번과 5~9번(7번 제외)을 각각 권한다. 1~4번은 혁신도시와 천연기념물인 측백나무숲 등이 어우러져 있다. 5~9번은 중구 근대골목을 포함하고 있다. 박성수 나무(삼가헌)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따로 방문해도 좋다. 바로 옆 묘골마을을 꼭 들러야 한다. 잘 정비된 한옥들이 빼어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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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정 삼계탕=다양한 종류의 닭 요리를 판매하는 삼계탕 전문점. 영양'산삼배양근'송이'전복삼계탕, 순살찜닭, 전복굴국밥 등. 주차장이 넓고 어린이 놀이방 완비. 동구 안심로 375. 053)962-6699.
◆신토불이=전통 한정식 전문점. 흑산도 홍어로 만든 홍탁삼합도 별미. 산정식, 쌈밥, 보쌈 등. 도시철도 1호선 방촌역에서 400m. 동구 화랑로75길 57. 053)983-0666.
◆대동면옥=50년이 넘는 대구를 대표하는 중구 냉면전문점. 메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든 낸 육수가 특징. 냉면, 갈비탕, 수육 등. 중구 국채보상로102길 5-9. 053)255-4450.
◆내향=월곡역사공원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 맛과 분위기가 좋아 손님 모시기에 적합. 상견례 장소로도 인기가 높음. 내향상, 수라상, 태평상, 군사상 등. 달서구 월곡로 241. 053)636-0015.
◆최복금 냉면&양고기=사문진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음식점. 직접 우려낸 사골 육수로 조리한 냉면과 양고기가 특징. 육전물냉면, 육전비빔냉면, 코다리냉면, 양고기꼬치구이 등.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7길 8. 053)635-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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