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의 'K'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 중인 산업 가운데 가장 선전하는 분야 중 하나가 화장품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어느 나라 여성이나 공통적이겠지만, 한국 여성만큼 아름다워지는 데 노력을 들이는 예도 드문 것 같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일반인도 이럴진대 연예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류를 타고 TV와 영화를 통해 비치는 한국 연예인의 아름다움은 세계인의 '워너비'가 되고 있다. 유튜브 등을 보면 외국에서도 한국 연예인의 남다른 피부관리법과 화장법은 인기다.
화장품을 앞장세운 'K뷰티 산업'은 이런 배경에서 유망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한국 화장품이 중국이나 동남아를 넘어서 유럽, 미국, 일본 등 이른바 뷰티 선진국으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의 '유럽 주요국 화장품 시장 동향과 우리 기업 진출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의 유럽 수출액은 2009년 920만유로(약 109억원)에서 2016년 9천249만유로(약 1천101억원)로 늘어났다. 유럽연합(EU)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은 0.54%에서 3.02%로 늘어났다.
한국산 화장품은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한국이 미국 화장품 시장에 수출한 금액은 3억1천991만달러(약 3천68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7.85% 증가한 수준이다.
한류가 식어버린 일본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1억8천265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K뷰티는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품질, 개성 넘치는 포장 등을 앞세워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K뷰티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구시는 13일 지역 화장품 수출기업들로 구성된 '대구 뷰티 수출협의회'를 설립해 수출길을 개척 중이다. 시는 지역화장품 업체의 해외 전시회 참여를 지원하는 한편, 국제뷰티엑스포를 열어 바이어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경북도는 경산에 'K뷰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대구한의대 및 화장품 업체와 협력해 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화장품 업체 중에도 스타기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북테크노파크에 본사를 둔 J사 경우 '볼륨펩타이드 에센스'를 앞세워 지난해 1천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경북테크노파크의 한 입주기업은 10여 년 전 한 연예인의 이름을 딴 마스크 팩이 대박을 친 적도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역시 지역 화장품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대구 동구의 U사 경우 '무통증 약물 전달용 마이크로 니들'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개척 중이다. 마이크로 니들은 모기 침만큼 가느다란 바늘로, 피부나 두피에 통증 없이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 에스테틱 숍에선 기능성 화장품, 병원에선 보톡스 같은 약물을 넣는 용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화장품과 무관한 지역의 한 제조업체도 신규사업으로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얘기까지 있으니 화장품 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 화장품의 급부상을 보면서 슬며시 걱정도 든다. K뷰티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화장품은 창업은 쉽지만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다. 대구경북 화장품 산업이 막 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이 독점하고 있다.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둬도 수도권으로 유출되기 십상이다. 이제 대구경북 지자체들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신산업을 일군다는 생각으로 화장품 기업들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미인이 많은 대구경북과 화장품 산업, 이미 잘 맞는 한 쌍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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