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기문 박사의 "공부야 놀자"] 소질 활용하면 공부 집중력 높일 수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최면을 통해 집중력을 갖게 해달라고 한다. 사실 집중력과 같은 것은 잠재의식 차원에서 조절되고 발휘되며 의지와 무관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최면이 아주 효과적이다.

우리는 보통 흥미를 느끼거나 좋아하고 즐기는 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쉽게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매일 아침 늦잠 자는 버릇이 있던 필자의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잠꾸러기 아이가 어느 날부터 거의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혼자 일어나 집을 나가곤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시간 동네 지하철 입구에서 몇몇 형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을 너무 좋아하고 또 배우고 싶어 했던 그는 춤 잘 추는 동네 형들이 새벽마다 춤 연습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거기서 춤을 배울 수 있음을 알고 매일 아침 달려갔던 것이다. 뜻밖의 일이었다.

새벽에 깨우지 않아도 춤을 배우러 가는 일, 그것은 결코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었기에 아들은 춤추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나중에는 학교에서 꽤 알아주는 춤꾼이 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장시간이라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축구를 잘하거나 좋아할 수 있고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일을 잘할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할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한다면 그것은 그의 취미가 되고 소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을 할 때 의지력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발휘되기 마련이기에 공부와 관련하여 그런 잠재의식의 특성을 살린다면 공부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효과가 좋을 것이다.

집중력 발휘를 위해서는 먼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할 때의 마음과 기분은 어떠한지? 그것을 해나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다면 무엇이 보이는 것 같고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지는지? 그러한 기분을 느끼고 마음껏 상상해 보자.

수학은 못하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잘한다고 했던 남학생의 예도 있다. 그는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는 컸지만 축구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았다. 수비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피해 패스를 주고받으며 드리블을 하고 골키퍼가 방어하는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려 골인을 시킬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신이 나고 황홀한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 학생의 축구에 대한 이러한 기분, 감정, 기억들을 수학 공부에 대입해서 싫어하는 수학에 대한 마인드를 바꿀 수 있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의 숫자와 부호들을 상대 수비수의 숫자나 골키퍼의 움직임으로 생각하게 하고 문제를 풀어갈 때의 어려움을 수비수가 방해하는 것으로 연상시켰으며 또한 골키퍼의 방어를 뚫고 골인시키는 과정을 문제를 풀어나가고 정답을 맞히는 것으로 상상시키고 느끼도록 하는 과정에서 수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선수는 단지 '텅 빈 머리'로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에게 강조해주었다. 실제로 경기를 할 때 선수는 다른 선수들 몸 움직임의 방향과 위치, 패스를 주고받는 거리와 각도, 힘의 강도, 경기 시간, 체력과 같은 것들을 순간적으로 계산하고 판단을 내린다. 또한 그 모든 것은 수치로 표현되고 계산될 수 있기에 필자는 "축구를 잘하려면 고도의 수학적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축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니까 틀림없이 수학 잠재능력도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해주었을 때 그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수학 공부에 쉽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성적도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이런 원리를 모든 과목의 공부에 적용시켜 줄 수 있다면 학습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누구나 갖고 있는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찾아내 집중력과 공부능력 향상을 위한 일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최면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이지만 스스로의 상상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평소 수시로 이러한 상상력 연습을 해보는 것이 집중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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