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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우산 엮어 산속 구덩이 생활, 안동 '현대판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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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도심 내려와 차량털이…굶주린 배 채운 '달콤한 유혹'

산속에서 생활하다가 새벽마다 도심으로 나와 차량털이를 일삼은 '현대판 타잔(?)'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1914년 발행된 소설 '타잔(Tarzan)'의 주인공은 밀림에 살며 동물들을 보호하는 정의의 용사. 하지만 현실 속 타잔은 소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타잔처럼 산속에서 생활했지만, 직업이 상습 차량털이범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가족과의 불화로 가출한 A(23) 씨는 안동시 안기동 일원의 한 야산에서 생활해 왔다. 그의 집은 우산 2개를 엮어 지붕을 만든 작은 구덩이였다. 침대 대신 바닥에 낙엽 등을 모아서 깔았고, 이불은 헌옷 수거함 등에서 주어온 것을 덮고 잤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인근 민가로 내려가거나 우거진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기 일쑤였다. 배가 고플 때는 산나물이나 열매 등을 따 먹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입은 옷을 빨지도 못해 그의 몸에선 항상 시큼한 쉰내가 났다.

이런 그가 할 수 있었던 직업은 없었다.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차량털이가 유일했다. 첫 범행의 시작은 지난해 6월이었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민가로 내려온 A씨는 안동시 운안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채 주차된 B(52) 씨의 1t 화물차량을 발견했고, 차에 있던 현금 9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곧바로 A씨는 인근 모텔방을 찾아가 치킨 등을 배달시켜 주린 배를 채웠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인간다운 생활이었다. 도둑질의 무서움보다 현실의 달콤함에 빠진 A씨의 범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최근까지 도난당한 차량만 20대에 달했고, 훔친 돈은 677만원가량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경찰은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마지막 행적이 포착된 지점에 잠복해 지난 11일 A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훔친 돈은 모두 생활비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별다른 직업 없이 산에서 장기간 생활해 온 점 등을 미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년가량 실종 신고를 안 한 이유를 묻는 경찰에게 A씨 가족은 "전에도 하도 자주 가출해서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줄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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